[사설]일본 지진 원전 사고, 무시도 과장도 금물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일본 최악의 지진으로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자로의 외부 건물 일부가 폭발하고 원자로 노심 일부도 손상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지진의 직접적 충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기 공급 중단에 따른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발생한 사고다. 그럼에도 일부 방사성 물질의 누출로 100여 명이 피폭되고 인근 주민 20여만 명이 대피했다. 원자로 폭발로 이어지는 대재앙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4000여 명에 이른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정한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모델이 다르고 안전성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체르노빌 원전은 방사성 물질 누출을 차단할 수 있는 격납용기를 갖추지 못했다. 경각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공포심으로 우왕좌왕할 이유는 없다.

지구의 기후변화와 고유가로 원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442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전체 전기 공급량의 15%다. 우리는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 4곳에서 21기를 가동하고 있고 7기를 건설 중이다. 발전 설비용량으로는 전체의 약 24%지만 실제 발전량 기준으로는 34%에 이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9%로 높일 계획이다.

가동 중인 우리의 원전은 지진 발생 시 리히터 규모 6.5에, 건설 중인 원전은 6.9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일본의 7.5∼8.0 대비에 비하면 낮지만 지진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비롯한 한반도의 지질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시스템상 총체적 안전성은 우리가 일본을 능가한다고 말한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이 어제 대안도 없이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성급하다. 원전의 안전 관련 기술은 체르노빌과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1979년)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에너지 이용에서 원전이 다른 대안보다 현실적이라면 안전성을 높이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다만 원전이 4곳에 집중 배치돼 있는 것은 자연재난 외에도 안보적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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