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환경 축산’ 더 늘려야 구제역 막을 수 있다

  • 동아일보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으나 전남 전북 제주 지역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은 2003년 2006년 2008년 잇따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큰 피해를 보았다. 이후 축산농가들은 가축이 전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면역력을 높여 주기 위해 사육환경 개선에 공을 들였다. 전남 지역에서는 2006년부터 축사에 방목장을 만들고 가축이 좁은 공간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적정한 사육 밀도를 지켰다. 이런 ‘친환경 축산’ 방식이 이번 구제역 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축산농가들은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형 밀집 사육 방식으로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가축을 키운다. 지나치게 밀집 사육된 가축은 면역력이 떨어져 구제역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교수 등 220여 명은 그제 ‘구제역 사태, 정부 당국과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밀집형 돼지농장은 바이러스 생산 공장일 수 있다”면서 “가축 사육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구제역 사태를 맞아 가축 매몰 보상비 1조8000억 원을 포함해 3조 원 가까운 엄청난 국가 예산을 투입했다. 작년처럼 소와 돼지를 347만 마리나 도살처분하는 재앙이 이 땅에서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 구제역 재발을 막으려면 전남 전북 제주의 친환경 축산 모델을 다른 축산농가들도 더 많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가축을 건강하게 사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2001년 구제역이 발생해 646만 마리의 소 돼지 양을 도살처분한 영국은 그 이후 친환경 축산선진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영국은 ‘구제역 교훈위원회’를 설치하고 가축의 건강과 복지를 감안한 축산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구제역 재발을 막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이번 구제역 대재앙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참 부끄러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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