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김인혜 교수 파면 결정이 울린 경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서울대는 어제 징계위원회를 열어 제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인혜 음대 교수를 파면하기로 결정했다. 김 교수는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교수가 폭행 의혹에 휘말려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서울대는 김 교수가 학생을 자주 구타해 왔다는 진정서를 지난해 말 접수하고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를 벌여 왔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교수는 할당된 연주회 티켓을 반밖에 팔지 못했거나 자신이 출연한 공연의 박수소리가 작았다는 이유 등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학기당 16회 이상 해야 하는 개인 지도를 한두 번만 하고 모두 이수했다고 기록부에 쓰도록 학생들에게 강요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업 도중에 김 교수의 입에서 “반주자 나가, 커튼 쳐”라는 말만 나와도 학생들은 공포에 떨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 교수는 음악계의 엄격한 도제식 교육을 외부에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오해이며 그 자신도 학창시절 지도교수에게 무섭게 혼나 울었던 기억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교수와 같은 지도교수 아래서 공부한 다른 제자 교수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김 교수의 상습적이고 심각한 폭력, 직무 태만,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사회적인 관심이 컸던 김 교수 의혹의 진상 전달을 위해 징계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음대에서 지도교수의 힘은 막강하다. 지도교수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학교 측에 진정서를 내는 것은 음악계를 떠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이뤄지기 어렵다. 서울대가 진상 조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진술을 받을 때도 후환이 두려워 나서지 않으려 했던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른 예술계 대학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당국은 예술계 대학 전반에 비리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봐야 한다. 대학 캠퍼스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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