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성철]팩트부터 틀린 참여연대 ‘검찰 권한 오·남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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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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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사회부 기자
전성철 사회부 기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8일 오전 검찰이 최근 3년간 수사·기소한 사건 가운데 권한 오·남용에 해당하는 사례라며 15건의 사건을 선정해 ‘부실하거나, 무리하거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참여연대는 이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선정한 사건의 수사·기소를 담당한 검사들을 ‘정치검찰’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로부터 9시간 후 참여연대는 앞서 배포한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며 보고서 수정본을 냈다. 이른바 ‘검사 향응·접대’ 사건의 감찰을 담당했던 간부 명단에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이었던 조은석 서울북부지검 차장을 포함시켰지만 “실제로 역할을 한 바 없음이 확인됐다”며 조 차장의 이름을 뺀 것이었다.

수정본이 나온 뒤에도 보고서는 곳곳에서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무리한 부분이 적지 않아 보였다. 우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공금 횡령 사건은 이 보고서에서 ‘무리한 영장청구’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은 대기업들로부터 환경운동가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후원금 2억여 원을 사무실 임대보증금으로 유용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최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최 대표의 다른 공금유용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의심은 가지만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가 이 판결문을 읽어보고도 보고서를 썼다면 이 보고서 자체가 제목 그대로 ‘부실하거나, 무리하거나’인 셈이다.

보고서에서 “감찰이 아닌 수사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한 ‘검사 향응·접대’ 사건은 참여연대의 주장대로 특별검사제가 도입됐지만 특검이 기소한 검사 4명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국선언 참가 교사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노동당 가입 사건’도 별건(別件) 수사라고 지적했지만 이는 수사 과정에서 원래 목표로 삼았던 범죄와 다른 범죄행위가 드러나더라도 무조건 덮어야 옳다는 식의 무리한 논리다.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와 건전한 비판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야 힘이 실리는 법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보고서에서 15건의 사건을 선정한 기준과 선정 과정을 누구나 명확하게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참여연대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보고서는 설령 본뜻은 순수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나아가 공정하게 행사돼야 할 검찰권을 흔드는 ‘외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

전성철 사회부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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