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효탄]석가탑 무너져도 ‘오래돼서 그렇다’고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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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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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시성 타고르는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예찬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조선의 한자 표기인 朝鮮을 뜻 그대로 풀어서 영어로 ‘the Land of Morning Calm’이라고 한 데서 연유한다. 구한말 활동했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그렇게 빨리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나라’라고 말하였던 것도 평화를 사랑하고 절대 선과 미를 추구하는 우리 민족의 사상과 문화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석가탑 균열은 이러한 찬사를 무색하게 만든 사건이다. 중국은 전탑의 나라, 일본은 목탑의 나라, 한국은 석탑의 나라라고 불린다. 석탑의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탑이 석가탑이라고 할 때 그 가치를 무엇으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석가탑은 불국사 대웅전 앞에 다보탑과 함께 나란히 자리하면서 장중함과 간결함, 완전성을 담담히 보여주던 세계적 문화유산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정기 안전점검 과정에서 균열 사실을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석가탑 균열에 대해서 석재의 재질이 약화되고, 1층 탑신에 의한 하중과 노후화와 풍화로 인한 균열이라고 발표했다.

탑의 구조는 다층으로 되어 있는 역학적이며 기하학적인 건축이다. 1%의 기울임이 있더라도 쏠림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고 무너진다. 1300여 년을 견디었던 석탑에 심각한 균열이 왔는데 노화와 풍화로 인한 균열이라고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문화재위원회의에서는 석가탑을 전면 해체 보수하는 방향으로 정하고 전문위원을 구성하기로 했다.

병은 원인을 알면 치료 방법이 나온다. 신속한 일처리는 환영할 일이나 균열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에 앞서 먼저 해체·보수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일처리가 아닐까? 하찮은 감기라도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신중한 법인데 1300여 년의 풍상을 견뎌온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대함에 있어 가벼움이 느껴진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계측기를 설치하여 2006∼2009년에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2009년 말에 철수했고 경주석탑보수단을 해체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 뭐라고 해명할 것인가? 석가탑에 가서 조금만 주위를 기울여 본 사람은 다 알 수 있으리라. 현재 균열과 벌어짐의 심각함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관리에 소홀한 해당 관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계측기를 떼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지 말이다.

우리의 민족문화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 1등 국민으로 가는 길은 경제 수준만 높인다고 되지 않는다. 정신문화와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키고 선조가 일군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할 때만이 비로소 선진국가의 1등 국민이 된다.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과 더불어 정부와 관계기관의 책임과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효탄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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