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도발 사과-중단 선언해야 남북관계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세계에서 가장 긴 ‘거짓말 신년사’다. 올해 공동사설은 1만3000자나 된다. 북한은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는 제목 아래 온갖 미사여구와 김정일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공동사설은 ‘2010년은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일어난 거창한 변혁의 해였다’며 김정일의 특출한 영도력이 최상의 경지에서 과시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지옥 같은 현실을 새해 첫날부터 거짓 수사(修辭)로 포장해 주민을 우롱하는 김정일 정권의 작태가 분노를 자아낸다. 김일성 출생 100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으니 강성대국 타령은 빈 수레처럼 더 요란해질 것이다.

공동사설의 허무맹랑한 주장보다는 고된 훈련과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북한군의 탈영이 속출한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가 훨씬 진실에 가깝다. 북한도 장밋빛 일색인 공동사설에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기어이 해결해야 한다’는 구절을 포함시켰다. 눈앞의 현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북한 정권이 공동사설에서 솔직하게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그간의 도발에 대해 반성했더라면 새해 국제사회의 곡물 원조가 늘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북한의 행태는 남북관계에서도 그대로다. 공동사설은 ‘북남 사이의 대결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면서 ‘남한이 반(反)통일적 동족 대결 정책을 펴고 있다’며 남한에 책임을 덮어씌웠다. 지난해 남한이 전쟁 하수인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작년 남북관계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악화됐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남의 책임으로 돌리는 북한의 전형적 수법은 변함이 없다.

북한은 작년 공동사설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해놓고 3월 26일 천안함을 공격했다. 올해 공동사설의 ‘대결상태 해소’ 주장은 그저 입에 발린 말일 뿐이다. 북한의 6자회담 제의에 진정성이 있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남녘 동포를 향해 ‘핵 참화’ 운운으로 협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 공세’를 펴니 발톱을 감춘 야수의 위장놀음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고 도발 중단을 선언한다면 남북관계는 풀려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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