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코레일의 無쟁의 교섭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5일 20시 00분


코멘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허준영 사장과 김기태 노조위원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임금을 동결하고 노조전임자 수를 64명에서 14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임금협약서에 어제 서명했다. 2005년 공사 출범 이후 노조가 파업이나 태업 없이 협상을 끝낸 것은 처음이다. 김 노조위원장은 “정부의 반(反)노조 분위기와 현실 여건을 감안해 노조가 숙제를 떠안았다”고 말했다. 노조가 강경 투쟁을 계속 할 경우 투쟁보다 조합원은 물론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올해 초부터 15일까지 발생한 파업은 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다.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54만 여일에서 44만 여일로 19% 줄었다. 아직도 주요 선진국 평균치의 5배 수준이지만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달 들어서는 5년 이상 된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해고자 농성사태와 동희오토의 사내하청업체 해고자 문제가 일단락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폭발했던 강성노동 운동이 합리적으로 연착륙을 하려는 징후가 보이는 것 같다.

▷최근 노조는 집단행동 대신에 노동위원회 제소를 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말까지 노동위에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1만49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투쟁’ 대신 ‘상생’을 선택하는 노조도 늘었다. 노사의 화합 선언은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280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투쟁지향적인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나온 상생선언이 이 기간 중 19건에서 48건으로 2.5배로 늘었다.

▷노사 분규가 줄어든 현상에 대해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국민 여론이 노조의 불법 폭력투쟁은 물론이고 강경노선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경기 침체 이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중시하게 됐고,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던 이전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노조가 무리한 투쟁을 삼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노조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누울 자리를 봐가며 다리를 뻗는다’는 얘기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총파업 계획을 축소하고 발전노조가 파업을 취소한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크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