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종]스포츠이벤트에 ‘지역 콘텐츠’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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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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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빗속에서 세계 3대 스포츠이벤트인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가 큰 사고 없이 끝났다. 전남의 작은 도시 영암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운영이나 열기 면에서는 성공하였으나 마케팅과 지역발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된 첫 메가 스포츠이벤트로 인구 6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 영암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전남 함평이 나비축제로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뤘듯이 영암은 앞으로 6년간 개최되는 F1 대회의 개최지로서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고 지역발전에 호기로 삼을 수 있다.

전국 155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스포츠이벤트는 연간 110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국제 스포츠이벤트는 90여 개에 이른다. 1주일에 1개 이상의 국제대회가 개최된다는 말인데 지자체가 지역발전의 도구로 스포츠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울진 코리아컵국제요트대회, 상주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 경주국제마라톤대회는 지역의 인프라와 자연적 조건에 맞는 스포츠이벤트이다. 앞으로 개최될 주요 국제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났듯이 국내 지자체는 올림픽 월드컵축구 아시아경기 등의 유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메가 스포츠이벤트의 운영에서는 세계 정상급이다. 하지만 개최 도시 발전의 연계나 지역 문화의 다양성 확산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포츠이벤트의 성공은 운영과 마케팅 그리고 지역 활성화의 정도가 기준이 된다. 지역 경제를 살리면서 문화 수준을 알리는 척도가 될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지역발전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지역정서와 지역 스포츠 인프라에 맞는 대회를 유치해야 한다. 전통적 산업의 퇴조와 관광산업의 위축으로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는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겨울스포츠를 장려하는 문화와 자연과 어우러진 일상화된 삶을 토대로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을 치렀다. 릴레함메르 대회는 겨울올림픽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대회로 기억된다.

둘째, 글로벌 스포츠산업 전문가 및 스포츠마케팅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이번 F1 대회가 최고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홍보 입장권판매 마케팅 분야에서 전문 인재의 양성이 시급하다.

셋째, 관광 문화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숙박 및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주변 지자체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얻어내야 한다. 또한 지역 문화의 확산을 위한 중장기적인 비전이 요구된다.

넷째, 경기장을 비롯한 스포츠 인프라를 사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메가 스포츠이벤트 성공의 주요 요인은 인프라의 투자 효율성에 있다. 이번 대회에서 알 수 있듯이 3일을 위한 수천억 원의 경기장 인프라 구축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시설에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시설로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하는 지역 축제로 승화시켜야 하며 내실 있는 대회로 치러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조차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대회라면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팬에게 홍보를 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여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즐기는 대회를 치러야 한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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