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작년 9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6월 말까지 개정하도록 시한(時限)을 못 박았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을 모범적으로 지켜야 할 국회는 입법 시한 100일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해당 조항은 법적 효력을 잃으면서 법의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단순한 입법 늑장이 아니라 국회가 법치의 혼돈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집시법 개정은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안녕과 법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시급하다. 야간집회의 폭력 시위화 가능성이 주간 집회의 13.8배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법질서와 사회 안전의 유지는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 정부의 기본 책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전례에 비추어 세계 각국에서 과격한 시위대가 서울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집시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심의조차 거부하기 때문이다. 설사 한나라당 단독으로 행안위 통과를 강행하더라도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가 가로막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도 법사위에만 회부되면 사장(死藏)되는 일이 부지기수여서 법사위(法司委)는 법사위(法死委)라는 말을 듣는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법사위가 호락호락 통과시킬 리 만무하다.
민주당은 야간 옥외집회가 허용된 이후에도 별다른 불상사가 없었고 G20 회의를 경비하기 위한 별도의 법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집시법 개정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G20경호안전특별법은 한시법(限時法)일 뿐 아니라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다. 국가의 위상이 걸린 국제행사에서 만사는 불여튼튼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이유로 야간 옥외집회의 전면 허용을 주장하지만 1962년 집시법 제정 때 만들어진 야간 옥외집회 규제 조항은 민주화 세력의 주도로 1989년 법을 개정할 때도 그대로 유지됐다. 민주당이 지금껏 잠자코 있다가 새삼스럽게 국민의 기본권을 들먹이지만 시위할 권리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 취지도 야간 옥외집회의 전면 금지가 과잉통제라는 의미이지 결코 전면 허용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야간 집회의 부분 규제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시간과 장소 같은 규제의 범위를 국회가 정하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