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갑식]뉴욕에서 본 한국 불교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03:00수정 2010-09-29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불교는 다른 불교와 무엇이 다른가.” “보스(조계종 총무원장)는 어떻게 뽑나.” “캠페인도 하나.”

불교 세계화를 위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조계종 대표단과 미국 뉴욕 종교 지도자들의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뉴욕에서는 개신교와 가톨릭, 이슬람교, 힌두교, 시크교 등에 소속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화의 초점은 종교적 극단주의자가 초래하는 종교 간 갈등에 대한 해법 찾기에서 한국 불교 자체로 옮겨졌다. ‘보스’ ‘캠페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조계종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당황한 기색도 보였다. 총무원장 선거에 대한 설명에 이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무문관(無門關)과 화두를 트는 간화선(看話禪) 전통이 언급됐지만 외국 종교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선불교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듯했다.

사흘 뒤 뉴욕 맨해튼에서는 현지의 문화계 언론계 요식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사찰 음식의 날’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지만 뉴욕타임스 등 영향력 있는 매체의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3억8000여만 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 종단 차원의 행사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뉴욕에서 본 한국 불교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현지의 관심은 한국 불교에 대한 이해보다는 궁금증에 가까웠다. 중국의 공산화 이후 유일하게 선불교의 맥을 잇고 있다는 조계종의 자부심이 공허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주요기사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의욕적인 해외 특별교구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외의 사찰과 신도들을 방치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불교의 세계화 시계는 2004년 숭산 스님이 해외 포교에 원력을 쏟다 입적한 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 불교의 세계화가 왜 중요할까. 1700여 년 역사를 가진 불교를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서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불교가 외국인들에게 가까워진다면 그것은 우리 문화가 그들의 겉이 아닌 속내로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욱 비관적인 얘기도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스님은 “미국에서 한국 불교의 존재는 미미하다”며 “종교학술대회에 가면 한국 불교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서점에 가도 티베트나 일본 대만 불교와 관련된 책들은 있어도 우리 불교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불교신도는 2007년 기준 2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신앙은 아니지만 참선과 명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불교를 접하고 있는 수련자는 2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대부분은 달라이 라마로 상징되는 티베트 불교를 중심으로 대만 일본 베트남에 뿌리를 둔 불교에 속한다.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을 빌리지 않아도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이제까지 해외포교는 일붕 숭산 법안 도안 무량 스님 등 뜻있는 스님들의 개인적인 노력에 의지해왔다. 종단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은 거의 전무했고 외국인 신자 수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체류 경비는 물론 용돈까지 주면서 매년 미국 대학생들을 초청하는 대만 불광산사의 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 강남의 대형 사찰을 둘러싼 분쟁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불사(공사)는 절집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세계는 한 꽃이라는 숭산 스님의 법어 ‘세계일화(世界一花)’처럼 내 집 울타리를 넘어 온 마음을 다해 남의 집을 두루 살펴야 할 때다.

김갑식 문화부 차장 dunanworld@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