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손열]美-中-日고래싸움에 한국은?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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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우리는 냉전이 끝난 이래 보기 드물게 강대국 간 충돌을 목도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해묵은 영토문제가 외교적 분쟁으로 확산됐다.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민간교류를 중단시키고 특정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무역보복을 가한 데 이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등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고 일본은 반발한다.

언제든지 한반도로 불똥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 사실상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인위적으로 평가절하된 위안화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므로 강력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 의회는 환율조작국의 상품 수입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할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은 위안화 환율이 아니라 미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틈을 타서 일본 정부는 엔화가치를 절하하는 일방적인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이러한 대립 양상은 단순히 영토회복, 경제회복의 차원에서 이해할 사안이 아니다. 중국은 영토문제를 기화로 일본을 누르고 아시아의 맹주 지위를 획득하는 동시에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통로를 확보하고자 한다. 반면 미국은 환율전쟁을 통해 부상하는 중국을 압박하면서 세계질서 주도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하고, 그 사이에서 일본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끌어안아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연계를 유지하는 이중과제를 풀기 위해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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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한반도는 불안하다. 영토문제는 역사문제와 중첩되어 언제든 한반도로 비화할 수 있고 경제는 환율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다가오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가 강대국 간 환율전쟁의 장이 되어 우리가 애써 준비해 온 의제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한국이 올바른 외교적 대응을 하려면 현재 전개되는 21세기 국제정치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번 두 사건에서 보듯이 국제정치는 환율 무역 영토 안보 등 서로 다른 영역이 상호 연계되어 복잡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또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 초국적 전문가집단이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주변 강대국은 이슈가 되는 여러 영역에서 사안별로 연계하고, 국내 사회와 비국가행위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지를 확보하면서 국익을 추구한다.

21세기형 외교관은 특정 이슈영역에 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이슈영역 간의 연계를 꾀하는 통합적 시야, 그리고 비국가행위자를 함께 엮어가는 네트워크적 사고를 구비해야 한다. 구시대적인 외무고시로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해서는 전문지식의 경연장인 21세기 외교를 소화해 낼 수 없다. 또 특채로 특정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확보한다 해서 연계와 복합의 외교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외교부, 21세기형 인재 키울때

충원에 있어서 형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행 고시제도를 적당히 원용하고 연수를 강화하는 정도의 미봉책은 곤란하다. 사안의 성격상 당장 최선의 단일한 충원방식을 찾기 어려우므로 정부는 우선 다양한 실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충원방식을 채택하고 운영해 가면서 21세기 외교 트렌드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아가 인사시스템 개혁도 퇴출제도를 강화하여 경쟁을 높이겠다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외교부 관료가 특별히 무능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21세기형 외교관 평가기준을 설정하여 외교관으로 하여금 이 기준에 맞추어 경쟁적으로 노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문성과 네트워크적 사고, 통합적 시야를 기르는 체계적인 재교육제도는 필수적이다. 외교부는 장기적 안목과 실험정신에 근거하여 차분히 개혁해야 한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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