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주민 인도적 지원과 세습체제 지원 구분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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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4일 함경남도 단천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대한민국’ 국호가 선명하게 인쇄된 쌀부대를 화물열차에서 트럭으로 옮겨 싣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본보가 입수해 게재했다(2006년 9월 6일자). 탈북자가 북으로 잠입해 몰래 찍어온 장면이었다. 통일부는 1차 남북정상회담 이듬해인 2001년 30만 t, 2002∼2004년에는 매년 40만 t, 2005년 50만 t, 2006년 여름 10만 t의 쌀을 제공했다. 단천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내린 쌀도 그중 일부임이 분명했다.

작년 남한의 쌀 총생산량은 484만3000여 t이고, 쌀 소비량은 368만4000여 t이다. 인구가 남쪽의 절반가량인 북에서 쌀 30만∼50만 t은 전체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그래도 우리가 보낸 쌀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게 돌아간다면 지원을 계속해도 괜찮지만 북한 주민의 솥단지로 들어가지 않고 군량미로 전용(轉用)되고 있다는 증거가 한둘이 아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전쟁을 대비해 비축한 쌀이 100만 t에 달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수치를 재확인하면서 “북한군은 5년간 군량미를 비축한다. 5년이 지나면 꺼내 당간부 군인 주민 순으로 배급해준다. 우리 적십자가 5000t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니 지금쯤 5년 지난 군량미 5000t을 꺼내 나눠 먹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과 일부 친북좌파 단체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에 인도적 차원에서 쌀 50만 t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쌀 50만 t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김정일 선군(先軍) 체제를 떠받드는 행위다. 북이 군량미로만 100만 t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남한의 쌀 재고량 147만 t과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이 군 비축미를 줄여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주민에게 배급해 준다면 식량난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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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水害)를 당한 북한에 전염병 창궐을 막을 의약품과 영유아 식품, 담요 같은 물품을 지원하는 것에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과 세습독재 체제 지원은 구분함이 옳다. 더욱이 북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북핵과 관련한 유엔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쌀 지원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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