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軍장교가 된 6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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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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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장교(ROTC)로 입대한 어느 누리꾼은 ‘장교가 된 이유 6가지’로 봉급 인맥 멋 스펙 경험 명예를 꼽았다. 요즘 젊은이답게 아주 실용적인 장교관(觀)을 보여준다. 누리꾼은 복무기간 2년 4개월 동안 50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을 제시했다. 소대장을 지낸 어떤 누리꾼은 ‘장교생활 잘하는 법’이란 글에서 ‘분대장이나 병장들의 협조가 소대 지휘에 절대적이다. 모든 의사 결정은 부소대장과 분대장의 의견을 물어서 하라’고 충고했다. 비슷한 또래를 지휘해야 하는 소대장으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초급장교의 표상으로는 강재구, 이인호 소령이 꼽힌다. 육사 16기생인 강재구는 1965년 베트남 파병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선발돼 수류탄 투척훈련을 하던 중 부하 사병이 잘못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100여 명을 구하고 산화했다. 해사 11기생인 이인호는 해병 청룡부대 일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66년 동굴 수색작전 중에 공산 월맹군이 던진 수류탄을 덮쳐 부하들을 구하고 순직했다. 대위 계급을 달고 스러진 두 영웅은 영원한 초급장교의 꽃으로 살아남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입대하는 ROTC와 학사장교의 인기가 최근 급락하고 있다. 작년에는 육군 학사장교 지원율이 처음으로 정원을 밑도는 0.7 대 1을 기록했다. ROTC 역시 지난해 2 대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복무기간이 학사장교는 3년 5개월, ROTC는 2년 4개월로 사병 복무기간 21∼22개월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사병 복무기간의 지나친 단축이 가져온 결과다. 장교가 모자라 일부 장교 보직을 부사관에게 맡기는 일까지 생겼다. 우리 군의 또 다른 위기 요인이다.

▷군대의 사활은 허리 역할을 하는 초급장교에게 달렸다. 초급장교는 사병의 교육 훈련은 물론 상담자, 형이나 부모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엄격한 지휘감독 책임이 따른다. 부사관과 사병을 직접 지휘하려면 특히 리더십과 책임감,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몇 달 혹은 1년 반가량 군대생활을 더 한다고 손해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서 기른 명예의식과 리더십은 사회에 진출해서도 소중한 자질이 될 수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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