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성희]이주호 장관의 두 마리 토끼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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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0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 휴대전화도 지난해 구입한 신상품이지만 스마트폰 옆에 있으면 박물관에나 전시해야 할 골동품 신세 같다. 스마트폰을 안 갖고 있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구닥다리로 보일 것 같아 찜찜하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쌓인 마일리지와 요금할인 혜택을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야 하나?

선택에는 언제나 고민이 따른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바꾸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학교 선택에 비하면 고뇌라고 할 것도 없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어떤 고교를 보낼지 고민을 시작한다. 여러 선택과정에서 배제된 학생만 집 근처 일반고로 배정되는 것이 평준화의 현실이다. 내신 불이익을 감수하고 외국어고에 보내야 하나, 자립형 사립고는 들어가기 힘들다는데 최소한 자율형 사립고나 자율형 공립고는 보내야 하지 않을까? 자율학교들은 추첨선발이라 떨어지면 일반학교에 가야 한다. 고교선택제를 시행 중인 서울지역에선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하나?

‘다양한 선택’과 ‘공정’ 사이

이런 모든 시스템의 설계자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다. 외국어고의 입지를 축소시키긴 했지만 자율학교와 마이스터교를 만들어 선택의 다양성을 확대했다. 이 장관이 다양화의 신봉자라는 사실은 국회의원 시절에 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교과부 공무원들이 ‘열공’ 중이라는 책의 제목은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다. 그는 “입시경쟁의 고통을 완화하지도 못하면서 모든 학생과 학교를 가두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평준화의 틀을 과감히 수정하고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이 책에서 강조했다. 지금 개혁 작업은 그런 소신의 구체적 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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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경제학자 출신이다. 경제학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학문이다. 선택이 합리적이라면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지고 사회 전체의 이익도 증가한다고 본다. 하지만 꼭 그런가.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더 많은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나쁜 결정을 내리게 될까봐 걱정과 스트레스가 커진다. 선택의 기회비용 때문에 대안이 많을수록 만족도는 떨어진다. 학교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과 학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장관은 취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국정지표인 ‘공정’이라는 기준을 추가했다. 취임사에 나타난 공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더 많은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학교교육만으로 창의력과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정’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교육기회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지난해 자율학교의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이 할당된 정원도 못 채운 데서 보듯이 ‘공정한 교육기회’를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부모의 경제력 덕에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더 유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백번 옳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선택자유 제한하는 공정은 역차별


나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선택의 다양성과 공정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쯤은 안다. 다양성은 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데 비해 공정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미국 대학들이 흑인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도입한 소수자특별전형으로 인해 성적이 더 우수한 백인 학생들이 역차별 받아 기회를 박탈당한 것도 그런 이치다. 이 장관은 차관 시절 학교 선택의 다양화를 위해 뛰었다. 이제 장관으로서 공정한 교육을 위해 정책을 내놓을 차례다. 다양한 선택과 공정 사이에서 교육정책이 방황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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