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국새 의혹’ 발빼기 급급한 감독기관 행안부

  • 동아일보

‘2007년 금 도장 대가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서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국새문화원 건립사업에 지원했다는 보도는 사실 무근이다. 행안부는 2010년 3월 5일 국새문화원 내 등황전 증축사업에 특교세 7억 원을 주기로 결정했다.’

행안부가 20일 오전 이런 ‘설명자료’를 내놨다. 동아일보가 이 날짜로 ‘국새제작단장인 민홍규 씨가 추진하는 경남 산청군 국새문화원 건립사업에 특별교부세 7억 원이 최근 지원됐다’고 보도한 것과 전날 일부 언론의 ‘2007년 국새문화원 건립에 행자부가 5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했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2007년에는 주지 않았고, 올해도 주기로 결정했을 뿐 아직 특교세를 지급한 것은 아니어서 언론 보도가 틀렸다는 주장이다.

행안부는 국새 제작 과정에서 ‘금 도장 로비 의혹’이 불거진 19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국새문화원 지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을지훈련 때문에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브리핑을 끝냈다. 이날 밤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담당 직원이 퇴근해서 알 수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논란의 핵심인 ‘행안부 지원’을 확인했는데도 행안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 도장 로비 의혹이 나온 데는 1차적으로 국새 제작 기관인 행안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시 금 3kg을 들여 국새를 만든 후 남은 금이 있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논란이 시작됐기 때문. 그때 제작 전 과정을 세밀하게 감독했다면 지금 같은 ‘뒷북’은 울리지 않아도 될 일이다. 금이 남았는지 몰라 자체 감사로는 규명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행안부는 수사를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책임은 외면한 채 특교세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 ‘주기로는 했지만 그때 준 것은 아니다’라는 ‘말장난’ 같은 해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금 도장 로비 의혹은 2007년에 발생한 만큼 현재 행안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2007년 7월 국새문화원 건립이 시작돼 지금까지 공사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도 7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면 지원 경위를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신성한 국새 제작 과정에서 빚어진 추문을 군색한 변명으로 모면하려 해선 안 된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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