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김일성敎’와 어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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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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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방북한 한상렬 목사가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북한 군인의 도움을 받아 망원경으로 남쪽을 살펴보는 사진이 어제 한 신문에 실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사진 속에서 한 목사의 표정은 자신이 평생 살아온 ‘남쪽 나라’를 구경하는 듯하다. 그가 눈을 똑바로 뜨고 살펴볼 곳은 기아에 굶주리는 주민이 널려 있는 북한이다. 북에서는 보여주는 것만 볼 수밖에 없다고 해도 상식의 눈으로 보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한 목사는 6월 12일 정부 승인 없이 중국을 통해 방북했다. 그는 6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한을 향해 “북한 체제를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모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명박식 거짓말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6월 23일에는 북측이 평양에서 마련한 환영 군중집회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에 전쟁을 몰아오고 있다”고 강변했다. 김정일은 ‘국방위원장님’으로, 이명박 정부는 ‘역적패당’으로 지칭했다.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을 보면 김정일 집단 내부 사람의 말과 똑같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옹호 등 북한의 대남노선을 충실히 대변해왔다. 김일성이 남침한 6·25전쟁을 ‘애국적 통일전쟁’이라 했고, 군을 앞세워 독재 세습체제를 강화하려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한반도) 평화정치’로 옹호했다. 북이 내려 보낸 간첩과 빨치산을 ‘통일애국열사’라고 미화했다. 그가 간부로 몸담아온 전국연합, 통일연대, 진보연대는 항상 반미(反美) 투쟁의 선봉대 구실을 했다. 이들에게 반미는 곧 종북(從北) 숭북(崇北)의 다른 표현이다.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원래 공존할 수 없다. 공산주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규정했다. 공산주의는 무신론(無神論)을 신봉하는 이데올로기다. 북에도 교회와 절이 있지만 위장(僞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목사는 ‘김일성교(敎)’ 전파에 열심인 듯한 모습을 보이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광복과 6·25전쟁을 전후해 북에서 기독교를 신봉하는 수많은 목사와 신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월남했다. 한 목사는 이런 기독교의 역사도 모른단 말인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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