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가 교장선생님한테 보고받겠다는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13, 14일 실시되는 전국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가 8일 전북 초중고교 교장들에게 “일제고사 시행 실태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2일 일선 학교에 보냈는데도 따르지 않는 학교가 많자 전교조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나선 꼴이다. 전교조가 마치 좌파 교육감의 완장 부대처럼 행세하는 교육현장이 크게 염려스럽다.

교사들의 노동단체가 교장들의 상전일 수는 없다. 전북지역의 교장들은 “보고란 하위 기관이 상급 기관에 하는 일인데 전교조가 일선 학교 위에 있는 조직이냐” “교육청 지시대로 안 하는 학교가 있다고 꾸짖는 경고로 느껴진다”며 당황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것은 노조 권한 밖의 일이며 학교는 이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해석했다.

교과부는 7일 “학업성취도평가의 홍보·학생지도를 충실히 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 김 교육감에 대해서도 “평가를 거부하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9일 “교과부 공문을 취소하니 업무에 혼선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내면서 정부와 맞섰다. 일선학교에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는 교육감에 대해 엄포만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좌파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학부모와 학생은 평가를 거부할 권한이 있지만 교사는 법령에 따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제9조는 교과부 장관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고, 평가 대상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교와 학생들의 학력 파악이라는 교육적 목적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학력 미달 정도를 파악해야만 정부가 해당 학교에 지원할 것이 아닌가. ‘1점 차로 서열을 매기는 일제고사’라는 전교조 주장은 허무맹랑한 과장이다.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의 학업성취도평가 거부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앞으로 교원평가 거부, 전면 무상급식 관철 등 정부의 교육정책과 엇나가는 일에 좌파 교육감이 앞장서고 전교조가 감독자처럼 나서면서 교육현장을 혼란시키는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 교과부는 지방교육청의 관장 분야와 권한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