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봉곤]왜 운전을 목숨 걸고 하십니까

  • 동아일보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운전의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지기 쉽다.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운전자의 각별한 안전운전이 요구된다.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나라를 1위로 볼 때 한국의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200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26위다. 지난해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하루 평균 1.1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나왔다. 일반도로(16명)에 비하면 7% 수준이지만 고속주행을 하는 특성으로 치사율은 고속도로가 4배 높다. 사회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있으나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교통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우리가 바꿔야 할 나쁜 운전습관을 쉽게 알 수 있다.

졸린 눈을 깜빡하는 사이, 순간 스피드를 즐길 때, 앞차에 바짝 붙어 갈 때, 차로를 넘나들 때, 빗길 등 날씨 변화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을 때, 대형차량이 줄지어 달릴 때, 앞서 달리는 차량을 협박하는 난폭운전을 할 때마다 운전자는 모두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셈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안전띠 착용 실태를 보자. 2008년 말 기준으로 운전석 78.3%, 조수석 65.6%인데 뒷좌석은 12.4%에 불과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치사율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안전띠 착용에 소홀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자동차 성능은 갈수록 향상된다. 도로 여건이나 주행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리한 운행, 과속 또는 난폭운전을 하면 목숨을 잃거나 다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자동차나 도로 여건의 개선이 과속 또는 난폭운전과 결합하면 치사율을 높인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보험료 차등 부과, 범칙금 상향과 같은 제재 조치를 많이 언급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스스로 올바른 안전운전을 하는 일이다. 잘못된 운전습관은 가족을 포기하고, 나의 생명을 남의 손에 맡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안전띠 착용을 권하지 않는 사람과는 절교해도 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여행길이 되려면 모든 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한 템포 쉬었다 가자. 고속도로 운전습관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김봉곤 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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