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최문순 의원과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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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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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을 때 MBC 노조는 성명을 냈다. “(최 전 사장이) 퇴임사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을 신청한) 납득되지 않는 행동에 서글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MBC 사장을 물러난 지 20여 일 만에 정치권에 몸담은 그의 행보는 MBC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시절 부장급에서 일약 사장에 발탁됐던 경력만큼이나 화제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최 의원이 17일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만난 뒤 대화 내용을 공개하자 국내 인터넷 매체들은 “러시아가 천안함의 폭침 원인이 내부 폭발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사의 발언을 엄중하게 왜곡하는 기사’ ‘격분’ ‘뻔뻔스러운 거짓말’ 같은 격한 표현을 써가며 최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최 의원은 16일에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 가능성은 골프에 비유하면 홀인원이 다섯 번쯤 연속으로 나와야 가능한 얘기”라며 국제·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25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언급한 400쪽짜리 천안함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못 봤다던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지(認知)심리학에서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을 ‘확정편향’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사건이 벌어지면 논리적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평소 갖고 있던 신념과 편견에 따라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라고 분석한다.

▷의견이 사실(fact)을 압도해 대중에게 파고들 때 얼마나 엄청난 왜곡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MBC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목도한 바 있다. 최 의원이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이 객관성을 인정한 조사 결과를 부인하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써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이든 기자든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의 포로가 되지 말고 객관적 사실과 증거를 통해 국민과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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