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벌써 당선자에 줄대기… 버릇 못 버린 교육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교육청 인사비리로 기소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과 주요 간부들이 16일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일이 ‘일벌백계(一罰百戒)’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학부모들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서울시교육감으로 곽노현 후보가 당선된 이후 교육청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선자가 결정되던 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가장 큰 걱정은 진보 성향 교육감이 처음 나온 상황에서 지금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공 전 교육감의 주요 공약이었던 자율형사립고나 고교선택제 업무를 하던 사람들은 다 날아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위기감을 느낀 간부들 중 몇몇은 적극적으로 곽 당선자와 접촉을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곽 당선자 측의 한 관계자는 “몇몇 교육청 인사가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러 찾아오고 있지만 당선자가 취임 전까지는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 전 교육감의 측근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공 전 교육감과 같은 지역 출신 측근들이 권력을 휘두른다 해서 그 지역을 빗대 ‘○○마피아’라는 말까지 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미 ○○마피아들은 곽 당선자 쪽으로 붙었다”고 말했다. ‘반(反)공정택’을 내세운 곽 당선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탈(脫)공정택’을 시도하는 셈이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남에서는 한술 더 떠 장만채 교육감 당선자에게 일부 교육청 간부가 돈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장 당선자가 이 사실을 공개하고 “돈을 건네려 한 공직자는 반드시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자 도교육청은 혼란에 휩싸였다.

첫 전국 동시 민선교육감의 등장은 모든 교육청에서 대규모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교육청 공무원들의 불안이 더한 모양이다.

그러나 교육청 공무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인사비리 척결’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취임 초기에는 공약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인사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하려 할 것이다.

교육감 당선자들의 취임 후 첫 시험무대는 9월 정기 인사다. 교육비리 홍역을 한바탕 치른 터라 여느 때보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 구태를 벗지 못한 교육청 인사들의 인사 줄 대기는 개인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교육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민선교육감들의 어깨가 무겁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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