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노동현장 등지고 선거운동 팔걷은 양대 노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6·2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정치적 행보가 눈총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 한국노총 출신 인사로 39명(무소속 3명 포함)이 한나라당, 민주당 등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민주노총 출신 인사는 300여 명에 이른다. 양대 노총은 최근 ‘6·2지방선거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간부 파견 등 인적 지원은 물론 재정적 지원도 하기로 했다.

노총 출신 인사가 출마하거나 정당 공천을 받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출신 후보를 위해 정당과 결탁하고 지지 및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다르다. 노동이 노동 본연의 모습을 갖지 못하고 정치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과 올해 타임오프(Timeoff·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 확정 시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및 낙선운동’을 내걸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노총은 지방선거 승리를 천명하며 △MBC 등 방송장악 기도 중단 △동아·중앙·조선 OUT △반(反)북한 대결정책 중단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집행부가 정책연대 파기를 운운할 때 밑에서는 한국노총 출신 인사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민주노총의 반북한 대결정책 중단 요구가 노동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민주노총은 한술 더 떠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인천, 광주, 경기, 전남북, 경남 지역을 전략지역구로 선정하고 “진보정당 세력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와 반MB(이명박 대통령) 선거연대라는 전술적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지방권력 진출 및 교육권력 확대를 꾀한다”고 밝혔다. 이런 양대 노총에 대형 노동현안이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장이 아니라 정치쟁점화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노동계는 항상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위원장, 상급단체 간부, 노총 위원장 등 10년 이상 직업적 노동운동을 한 인사 중에 ‘신성한’ 현업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상급단체 주변에 머물거나 배지를 달기 위해 한국노총 출신은 주로 한나라당을, 민주노총 출신은 주로 민주노동당을 기웃거린다. 그러다 배지를 못 달면 다시 노동계로 돌아와 노동운동을 한다. 그동안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양대 노총이 과연 진정으로 조합원을 위한 노동운동을 할 수 있을까.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