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3·26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정치권이 3·26 천안함 사태를 6·2 지방선거에 연결지어 득표 전략에 이용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 개탄스럽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안보 문제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해석해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는 책임 있는 공당(公黨)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북풍(北風)’ 효과를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선거 직전에 발생하는 북한의 돌발행동이 국민의 안보심리를 자극해 여권 표를 결집하는 북풍 효과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안보 관련 현안이 발생하면 반드시 여당에 유리하다는 등식이 깨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6대 총선 직전 합의된 1차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2차 정상회담은 되레 여당에 역풍(逆風)을 몰고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혹여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태를 보수층 결집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인상을 준다면 유권자들의 외면과 함께 국민의 안보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천안함 참사 발생 초기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애써 부인하는 말을 쏟아내더니, 지난주 민군 합동조사단의 잠정 조사결과 발표 이후로는 말을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부 인사들은 천안함 참사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북한의 변함없는 대남적화 전략에 따른 계획적인 도발 가능성에 눈 감은 한심한 발언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2008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이명박 정권의 냉전적 대북정책이 핵실험을 불러일으켰다’는 투로 비난했다.

북한은 ‘대북 퍼주기’를 일삼던 김대중 정권 시절 이미 1, 2차 연평해전(1999, 2002년)을 도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0월 북한은 1차 핵실험까지 했다. 천안함 공격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 정책 탓이라면,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삼던 좌파정권 때 벌어진 북의 서해도발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도 ‘냉전적 대북정책’ 때문이란 말인가. 북이 도발해도 적당히 넘어간 지난 정권의 안보불감증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구태의연한 북한 감싸기와 정권 흔들기로는 선거에서 민심을 얻기 어렵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여야는 과연 국가안보를 책임질 능력이 있는지를 국민 앞에 똑바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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