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은 국민의 신뢰 잃지 않도록 自戒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국방부는 그제 천안함 침몰 시간과 침몰 당시 상황, 속초함이 미확인 물체에 발포한 것과 관련한 상세한 설명 자료를 내놨다. 침몰 사건 발생 이후 스스로 혼선이 있었거나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국방부 자료를 통해 천안함 침몰 이후의 의문점은 상당히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차례나 천안함 침몰 시간을 바꾸고, 그것도 점점 앞당겨진 것은 의심을 받을 만하다.

기밀사항이 많은 군의 업무 특성상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군사작전에 관한 기밀이 진실규명이란 이름으로 낱낱이 공개되다 보면 적(敵)에게 ‘우리는 이렇게 할 테니 너희는 저렇게 하면 된다’고 가르쳐주는 꼴이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세 번이나 바뀐 천안함 침몰 시간은 누가 봐도 기밀이라고 하기 어렵다.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군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건 발생 첫날인 지난달 26일 국방부는 침몰 시간을 오후 9시 45분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7일에는 오후 9시 30분, 29일에는 오후 9시 25분이라고 했다가 그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측정한 지진파 발생 시간을 근거로 오후 9시 22분이라고 수정했다. 9시 22분은 최초 발표와 23분이나 차이가 난다. 군사작전에서 일분일초는 생명을 다투는 시각이다. 국방부는 “상황보고를 할 때 최초, 중간, 최종 보고의 절차가 있어 오차가 생겼다”고 해명했지만 ‘군이 뭔가 숨기거나 신속한 대처를 강조하려고 침몰 시간을 늦췄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군이 거짓 발표한 것이라면 국가안보에 대한 불신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군은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발표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가감 없이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인터넷에는 악의적이거나 유언비어 수준의 댓글을 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부의 발표 내용이 오락가락하면 악의적인 누리꾼들에게 재료를 제공하는 셈이다. 군(軍)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없도록 자계(自戒)해야 할 것이다.

민간과 군 전문가 82명으로 구성된 천안함 침몰 민관합동조사단이 이미 활동에 들어갔지만 조사가 끝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국민은 인내심을 갖고 조사단의 활동을 지켜봐야 한다. 조사단도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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