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 척결, 핵심 권력기관 발밑부터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집권 3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라고 주문하고, 만약 적발되면 엄단할 것을 당부했다. 역대 정권에서 집권 3년차에 권력형 비리나 ‘게이트’로 불리는 대형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집권 초기의 긴장이 풀리기 쉽고 1, 2년차에 싹튼 비리가 3년차에 불거져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권력누수현상(레임덕)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식물정권이 되다시피 한 선례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민정수석비서관실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 감사원 국무총리실 공직기강 관계자가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어 비리척결 방안을 논의했다. 집권세력 주변의 권력형 비리도 경계해야 하지만 교육계 비리와 지역사회 토착비리, 6·2지방선거 관련 비리도 심상치 않다. 검찰은 곧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강력한 수사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사정(司正)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자기 발밑부터 살펴야 한다. 권력형 비리 척결은 대책회의에 참석한 청와대와 검찰 경찰 감사원 등 핵심 권력기관이 내부를 먼저 점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청탁은 원래 힘 있는 곳으로 모여들게 마련이다. 사정기관은 다른 기관 공직자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전에 자신의 썩은 부분부터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만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비리 척결 작업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 실세에 대한 비리 수사가 관행처럼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정기관들이 현직 대통령 주변과 실세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 등 ‘살아있는 당대 권력’의 비리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면 과거 정권의 ‘먼지’를 털어낸다고 법석을 떤다. 그래서 사정기관은 죽은 권력을 향해 덤벼드는 하이에나라는 떳떳하지 못한 오명까지 덮어쓴다. 집권당 시절의 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는 야당이 ‘정치보복’이라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것도 바로 살아있는 권력이었을 때 검찰이 눈감았던 비리를 조사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정권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정권 스스로에 대해 더욱 엄격해야 하고, 비리가 드러나면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짜맞추기 수사, 보복 수사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공명정대한 권력형 비리 수사를 통해 사정기관이 구태를 벗고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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