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용]출발만 요란… 알맹이는 없는 ‘MICE육성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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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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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8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비롯해 한국관광호텔업협회 회장,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관광 분야 ‘유명인’ 100여 명이 모였다. ‘한국 MICE육성 협의회(KOREA MICE Alliance)’ 출범식 자리였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보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용어로 관광산업 가운데서도 부가가치가 높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려는 분야다.

이날 출범식은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만큼이나 제법 규모도 크고 화려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이처럼 그럴싸한 행사를 열 때는 향후 로드맵이 튼튼하거나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 크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칙’이어서 관광업계에서 협의회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협의회는 우선 각 지방에서 각각 컨벤션 유치를 담당해 왔던 ‘컨벤션 뷰로’들과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집중된 힘을 해외 공동 마케팅에 쏟고 유치 노하우를 공유해 지속적으로 MICE를 유치하겠다는 것. 그렇다면 출범식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무대책, 떠넘기기, 복지부동(伏地不動), 보여주기 행정…. 다 늘어놓아도 모자랄 정도다. 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관광공사 관계자는 두 달 동안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과물은 없다”며 “처음 생각보다 추진이 너무 어렵다”며 하소연부터 늘어놨다. 지방의 ‘컨벤션 뷰로’들은 MICE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뿐더러 공동 작업을 추진할 만한 기구조차 구성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일 추진에 앞서 충분한 사전 조사가 없었다는 점을 실토한 셈이다.

그럼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굳이 요란한 출범식을 한 이유는 뭘까. 그는 “문화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출범식부터 개최했다”고 말했다. 2009년이 가기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지나치게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관광공사에서 몇 해 전부터 MICE 관련 업무를 꾸준히 맡아와 최고 전문가라고 꼽히던 이 관계자는 2월 해외 지사로 떠난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떠나기 전까지 아무 일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났다.

문화부 관계자는 “관광공사와 같이 협의해 진행한 출범식이 왜 이제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실무를 담당하는 관광공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했다. 또 아직 시기와 주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3월에는 ‘MICE 유치를 위한 방안’에 대해 포럼을 열 계획이라고도 했다. 문화부와 관광공사가 주도하는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김기용 산업부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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