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태훈]‘만학 열기’ 등친 열린사이버대 이사장의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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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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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열린사이버대 이사장 변진 씨(34·여)를 5일 구속 기소했다. 변 씨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강모 씨 등 공범 4명과 짜고 대학 교비 88억여 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했고, 교육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은행잔액증명서 등 사문서를 위조해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2007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열린사이버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던 변 씨는 2년여 만에 감방에 갇히는 초라한 범죄자의 신세로 전락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변 씨 등은 2007년 5월 이 대학을 인수하면서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모두 60억 원을 대학에 납입하기로 했지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20억 원을 새마을금고에서 대출받아 일단 대학을 인수한 뒤 곧바로 교비 20억 원을 빼돌려 새마을금고 대출금을 갚았다. 나중에 출연키로 약속했던 나머지 40억 원은 내지 않았다. 대학 인수에 성공하자 변 씨 등은 교비를 빼돌리기 시작했다. 열린사이버대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에서 모두 184회에 걸쳐 교비를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횡령에 공모한 학교 관계자의 계좌나 공모자의 가족 계좌로 직접 송금할 만큼 거리낌이 없었다. 변 씨 등은 이렇게 68억여 원을 빼돌렸다.

교육당국의 감시망은 문서를 위조해 빠져나갔다. 2007년 대학 인수 직후에는 통장에 40억 원이 들어 있는 것처럼 새마을금고의 예금잔액증명서를 위조해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2008년과 지난해에도 같은 수법으로 은행잔액증명서를 위조해 사학진흥재단에 냈다.

대학 교비를 마구 빼돌리고 이를 감추기 위해 사문서까지 상습적으로 위조한 정황을 보면 변 씨와 그 공범들에게 조금이라도 교육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을까 싶다. 열린사이버대에는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직장인이 많이 다닌다. 그래서 만학(晩學)의 열정을 불태우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어떤 공금보다 철저히 관리되고 집행됐어야 했다. 그런데도 변 씨 등은 이 돈을 자기 쌈짓돈 쓰듯 써버렸다.

열린사이버대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의 각종 비리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의 방과후수업 업체 선정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마침 검찰이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져 가급적 손대지 않았던 교육계의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함포사격’식 수사를 벌이겠다고 하니 엄정한 수사를 기대해본다.

이태훈 사회부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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