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성대 이사장이 오죽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정부가 자립형사립고(자사고)를 3월 말까지 자율형사립고(자율고)나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임을 밝혔다. 작년만 해도 ‘희망할 경우 자율고 전환이 가능하다’던 정부가 말을 바꿔 자사고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잘하는 학교를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없애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학교를 당장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한 해에 수십억 원씩 사재를 투입해 온갖 노력을 쏟아 상산고를 전국 중학생들이 선호하는 명문 고교로 만든 홍 이사장의 허탈감은 클 것이다. 다른 자사고 관계자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2002년 고교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 방안의 하나로 시범 운영되기 시작한 자사고는 작년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및 학업성취도 평가분석결과에서 일반고 상위 20∼30% 학생 수준의 인재를 교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노무현 정부 평가 때도 수업의 질 개선, 고교 선택 기회 확대, 수월성(秀越性) 교육 제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학교 설립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재정을 지원하며 학교 운영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자사고의 성가와 학생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교육평등주의자들의 공격 목표가 됐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외고가 마녀라면 자사고는 마왕”이라고 몰아세웠다. 자사고 없애기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자사고는 정부 예산 지원 없이 학부모들이 자비(自費)로 교육시킨다. 여기서 여유가 생긴 정부 예산으로 공립고 교육 여건을 높이고 장학금을 늘리면 부(富)를 자연스럽게 분배하는 효과가 생겨 윈윈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2월 11일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자사고가 대한민국에 6개 있는데 여기를 들어가려고 과외를 한다. 수요가 많은데 공급을 줄여야 하느냐. 전국에 자립형사립고 100여 개를 만들어 농어촌 학생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놓고는 이 정부가 8년간 시범 운영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자사고를 없애고 단 하루도 운영해본 적 없는 자율고를 법제화하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교육의 ‘다양성’을 꾀한다는 말이라도 안 했으면 좋겠다.

요즘 교육정책을 주무르는 사람들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면 교육의 본질을 해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다고 사교육이 쉽게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지난 정권도 차마 없애지 못했던 자사고를 없애는 것은 중도실용 아닌 좌파적 평등주의이다. 나라 경쟁력을 주저앉히는 ‘평등 교육’의 해악이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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