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은 사망자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재앙(大災殃)이요, 참극이다. 아비규환으로 돌변한 지진 피해 현장은 극도의 공포와 고통에 휩싸여 있다. 막대한 인명이 죽거나 다쳤고 대통령 궁을 비롯한 관공서가 모두 파괴돼 재산 피해도 엄청나다.
인구 892만 명의 아이티는 1인당 국민소득이 14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最貧國) 가운데 하나다. 지진 피해가 워낙 큰 데다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기반시설마저 붕괴돼 정확한 피해 집계가 어렵다. 자력으로 인명 구조나 피해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다. 아이티 국민이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인도주의 정신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1962년 아이티와 수교했지만 1992년 공관 철수 뒤 도미니카 주재 한국대사관이 관할하고 있다. 일시 체류자를 포함한 교민은 70여 명이고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량은 225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불의의 재난으로 위기에 처한 아이티 국민을 우리가 외면할 수는 없다.
한국이 6·25전쟁이라는 대재난을 극복한 것은 참전해 피를 흘린 우방의 군인들과 해외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전후(戰後) 복구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유엔과 선진국들의 은혜를 크게 입었다. 지난해 한국은 후진국이었던 나라로서는 세계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의 후진국들을 도우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정부는 아이티에 1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긴급 구호자금 1억 원을 지원하고 미국 교민도 긴급 구호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100만 달러의 구호품은 한국의 국가적 위상에 비추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과 민간단체들도 적극적인 아이티 돕기에 나서면 좋겠다. 대재난에 처했지만 자력갱생(自力更生)이 불가능한 국가를 돕는 것은 국제사회에 채무가 있는 우리의 도덕적 의무요, 도리다. 아이티에 태극마크가 찍힌 의약품과 식량을 보내고 구호대와 자원봉사자들을 보내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고양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