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운하를 누가 한다고 예산심의 거부 핑계 삼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대운하가 아니며, 앞으로도 대운하를 하지 않는다’는 여야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한 의견 표명이다.

김 의장의 제안은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대운하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 전체의 처리를 막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중재안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 올해 6월 라디오 연설, 지난달 대통령과의 대화 등 3차례에 걸쳐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언명했다. 대통령의 다짐이 없더라도, 남은 임기 3년 중 4대강 사업조차 완료가 쉽지 않은데 무슨 수로 대운하를 만든단 말인가. 이 대통령이 임기 후 ‘대운하 대통령’으로 재선이라도 한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운하를 놓고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는 김 의장의 제안부터 코미디다.

4대강 사업은 호남 지역의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까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보의 높낮이, 준설 깊이 등은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맡길 일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대운하 추진을 포기하면 4대강 예산에 협조하겠다”며 ‘대운하 포기’를 예산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정략적 카드’를 하나라도 더 갖겠다는 속셈 아닌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생각하기보다는 4대강 사업이 성공하면 2012년 대선에서 자신들이 불리해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사코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이 여론몰이를 이기지 못해 포기한 대운하를 재차 추진하겠다며 차기 대선에 나올 정치인도 없어 보인다. 이런 마당에 정부 예산안 총액(291조8000억 원)의 1.2%에 불과한 4대강 예산을 ‘대운하 기도(企圖)’로 낙인찍으며 새해를 사나흘 남긴 시점까지 새해예산안 처리를 방해하는 민주당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당인가. 민주당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해서 틀어대는 ‘대운하 음모론’이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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