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중국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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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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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5월 10일 개통한 미국 대륙횡단철도에는 중국인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동쪽으로 가는 철도 건설 회사는 인력난에 시달리다 1865년 2월 중국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만리장성을 쌓은 민족’이란 점이 고려됐다.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골드러시 때문에 이주한 중국인들이 많았다. 최악의 난코스였던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통과하는 철도 건설에 투입된 1만2000여 명의 중국인 가운데 1200여 명이 숨졌다.

▷중국인들이 미국 철도 건설에 ‘쿨리(coolie)’라는 막노동자로 참가한 지 140여 년 만인 26일 중국 우한∼광저우 고속철이 시험 운행에서 세계 최고인 시속 394.2km를 기록했다. 1069km 구간을 2시간46분에 주파했으니 중국이 흥분할 만도 하다. 중국은 2020년까지 고속철을 1만6000km로 늘릴 예정이다. 2012년 완공될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은 싼샤댐 건설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베이징에서 27시간 걸리는 홍콩도 고속철로 연결해 일일생활권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의 힘이 느껴지지만 고속철 과잉 투자로 국가 재정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철도 고속화는 급증하는 철도 승객을 소화하기 위해 193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최고 시속이 160km, 평균 시속이 130km에 불과했다. 최초의 현대식 고속철은 1964년 개통한 일본 신칸센이다. 시험 운행 때 시속 256km를 기록한 신칸센 고속철의 수송 인원은 전 세계 고속철 수송 인원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프랑스(TGV)와 독일(ICE) 고속철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고속철 차량 제작에는 독일 캐나다 등을 참여시켰지만 노반 공사는 중국 건설사들이 독점케 하고 있다. 2004년 고속철 시대를 연 한국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세계 네 번째로 시속 300km의 한국형 고속철을 개발했다. 하지만 고속철 건설과 차량 수출 실적은 없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우한∼광저우 고속철 일부 구간의 노반 공사 감리에 참여한 정도다.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으로 갈수록 커질 세계 고속철 건설 시장을 한국이 적극 공략할 방법을 찾을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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