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 단축과 관련하여 세간(世間)에 의견이 분분하다. 국방부는 병역법상 군 복무기간 단축 범위를 6개월에서 2∼3개월로 조정하는 병역법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최근 제출했다. 이 내용으로 법안을 개정할 경우 군 복무기간은 최대 18개월에서 21∼22개월로 조정되는데 미래 국방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방향으로 본다.
모든 성인 남성은 원칙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기에 군 복무기간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만큼 포퓰리즘이 발현하기 쉬운 영역이고 선거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쟁점을 떠나서 순수하게 안보와 국방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적정 병력 규모에 따른 군 복무기간 판단이 필요하다.
6월 발표한 ‘국방개혁기본계획 조정안’에 따르면 우리 군은 현재의 64만여 명에서 2020년 51만7000명으로 병력 규모를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병력집약형을 탈피하고 과학기술집약형 정예강군을 건설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일 경우 2021년부터 연 3만∼9만 명의 병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인 1.22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병역자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유급지원병제 확대 등을 추진하지만 예산이나 인적자원의 제약을 겪고 있다. 6개월 단축안은 미래 병역자원 확보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제도이다.
병력 감축에 따른 공백은 첨단무기를 더 많이 구입해서 보충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먼저 국방예산의 문제이다. 현재 계획한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데 드는 예산도 벌써 부족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첨단무기 구입 등 전력투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상황이 좋아진다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겠으나 이미 계획된 예산보다 더 많이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병력 규모를 먼저 줄이자는 주장은 향후 우리에게 필요한 군사력 규모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두 번째는 북한의 대병력주의이다. 북한은 정규군 119만 명과 동원대상인 60만여 명의 교도대, 향토예비군 성격을 지닌 노동적위대 570만 명 등 총 770만 명의 예비 병력을 보유한 병영국가이다. 아무리 첨단전력을 구비해도 상대방의 대병력에 맞설 수 있는 적정 규모의 병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외교협회(CFR)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안정화 작전을 위해 46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의 국방개혁에 따른 병력 부족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올 초에 발간했다. 상존하는 위협에 대처하려면 적정 규모의 병력이 필요한데도 첨단기술군 건설에 유리하다고 병력을 줄이자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군 복무기간 단축 논의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또 하나의 반론은 ‘그렇다면 왜 그간 국방부는 조용히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방부와 군은 헌법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정치적 중립 기관이다. 여야의 쟁점이 되는 현안을 어느 한편을 들며 나서서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논의는 다시 정치권으로 넘겨졌다. 지나친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최적의 복무기간을 도출하고 예비 장병의 사기 저하를 줄이면서도 선진강군의 목표에 부족함이 없는 지혜로운 대안을 함께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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