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세균 대표, 진심은 어디에 있나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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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근 펴낸 정치에세이 책에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해 ‘거리의 촛불을 아름답다고 추앙만 하는 지식인들이나, 촛불을 횃불로 만들어 정권 퇴진에 나서자는 운동가들에게 동조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이 마치 대의(代議)정치를 대체할 수 있는 힘인 양 주장하는 일부 진보파를 볼 때 책임성의 결핍도 느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당이 의회를 떠나 거리의 정치에 동참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솔직히 어리둥절하다. 촛불정국 때와 그 이후 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사람들이 보여 온 모습을 떠올릴 때 이런 술회가 과연 진심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촛불시위 당시 정 대표는 통합민주당의 차기 대표 후보였다. 그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시위에 동참했다. 천정배 의원은 시위대 앞에서 격려연설까지 했다. 안민석 이종걸 김재윤 의원 등 7명은 시위대 맨 앞쪽에 서서 경찰의 해산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시위대에 아부한다는 인상마저 남겼다.

지난해 7월 대표로 선출된 정 대표는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서 농성하던 시위 지도부를 찾아가 “여러분과 인식을 같이하니 격려해주시고 동질감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의 국회 등원에 대해 이해해 달라고 간청했다. 이전까지 그는 81일간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거리 투쟁에 앞장섰다.

민주당이 대안정당이 되려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넘어 중도개혁주의를 지향한다’는 뉴민주당플랜 초안을 5월에 발표했다. 이것만 제대로 심화해 진정성을 가지고 민생 우선으로 국민 앞에 다가갔다면 지금쯤 민주당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노무현-김대중 계승’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이런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그 사이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을 행동으로 옮기며 민주당이 설 자리를 좁혀버렸다.

지금의 민주당은 정체성마저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고 아집대로 행동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흔들고 있다. 민주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바란다. 정 대표의 자성(自省)이 언행일치(言行一致)로 나타날 때 민주당은 수권세력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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