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항구]쌍용차, 자구노력이 먼저다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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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여름 장마와 무더위 속에 비포장도로를 달려 온 쌍용차 앞에 말끔히 포장된 국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쌍용차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 가운데 전대미문의 노사분규로 등을 돌렸던 고객과 협력업체들이 지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들도 동정 어린 눈길로 쌍용차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과거에 비해 가벼운 몸집으로 일어선 쌍용차가 환골탈태해 또다시 승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신화에 집착하지 말고 또 다른 신화를 쓸 수 있도록 몇 가지 준비를 갖춰 나가야 한다.

우선 쌍용차는 시급히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쌍용차의 운명이 2, 3개월 후에 결정되겠지만 그 사이에 유동성 문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리는 한편 비(非)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원활한 자금 순환이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외에서 폭넓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자동차 내수는 정부의 시의적절한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수준을 조금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파업으로 인해 정부 지원 효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속적으로 내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도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거대 신흥개도국 시장을 뚫어 자체 수출을 확대하거나 해외업체의 수탁 생산 방안도 도모해야 한다.

셋째, 노사가 합심해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쌍용차 노조는 민주노총 탈퇴라는 결단을 내렸다. 외세에 흔들림 없이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경영진도 최선을 다해 기업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앞으로 2개월 동안 얼마만큼의 실적 개선을 통해 이해당사자나 잠재 고객에게 쌍용차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느냐다.

넷째, 차질 없이 신차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 쌍용차 경쟁사들은 가을부터 신차를 대거 출시할 계획이어서 국내외 시장에서 쌍용차에 대한 압박은 가중될 것이다. 올해는 차치하고라도 내년부터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어야만 쌍용차의 판매 증대와 안정적인 성장 기반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것도 그동안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지 못해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쌍용차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매물로 나와 있던 외국 완성차업체는 차츰 정리되고 있다. 그렇지만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투자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잠재 투자자들이 쌍용차가 안고 있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 문제,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전망과 수익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급한 마음에 인수자를 찾을 경우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부의 결속을 다져 나가야 한다. 장기간의 노사 대립과 노노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조직원 간에 원활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조직 내부의 신뢰만이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이렇게 해야 쌍용차의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실의 가을을 앞두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쌍용차가 혹독한 겨울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인지 아니면 꽃피는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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