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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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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한국 국회 ‘답답’
“남의 나라에 와서는 야당 당수도 만나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야당 대표 만나기가 힘들까.”
4일 이명박 대통령과 호주 자유당 맬컴 턴불 당수의 접견 내용을 브리핑하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한 얘기다. 호주 자유당은 2007년 11월 총선에서 패배해 야당이 됐다.
턴불 당수는 호주 집권당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재정지출 확대의 효율성, 부실채권 처리 문제,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급락한 이유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견해를 상세히 물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도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인 헬렌 클라크 전 총리를 만나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의원내각제 국가로서 대통령중심제에 비해 야당 지도자의 위상이 높긴 하다. 언제든 집권할 수 있도록 그림자내각(섀도캐비닛)을 구성해 놓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그렇다 해도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데는 여야의 구분이 없었다. 이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야당 지도자들까지 만난 것은 그쪽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5일 저녁 이 대통령과 호주 케빈 러드 총리가 정상회담 외에 두 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을 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러드 총리는 경제위기 극복과 부실 금융자산 처리 과정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견해를 더 듣기 위해 의전 관례를 깨고 ‘깜짝 회동’을 제안했다.
순방 도중 이 대통령이 만난 외국 지도자들은 다들 격식을 따지지 않고 ‘한국의 경험’을 들으려 했다. 이 대통령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여야가 똑같더라”고 수행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6일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인도네시아로 가는 전세기에서 문득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 지도자가 손을 맞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다. 제1야당은 툭하면 거리로 뛰쳐나간다. 청와대가 이런 야당을 끌어안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전 세계 정치인들이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싸움질밖에는 모르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답답했다. 임시국회를 끝내고 대거 외유에 나선 의원들이 외국 정치인들을 보고 느끼는 게 있으면 좋겠다.
―자카르타에서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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