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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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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그날 새벽 동아일보 사옥으로 몰려와 난동을 부린 시위대원 중 한 명이 사진을 찍던 나를 알아본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 “동아일보 기자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여기 동아일보 기자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큰 소리로 물었고, 주변에 몰려 있던 시위대는 “죽여라”라고 외쳤다.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겨우 무리를 빠져 나온 나는 1km쯤 떨어진 회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시위대원 3명이 다시 따라오며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목에 건 카메라만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도 허사였다. 동화면세점 앞에서 또다시 수십 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면서 결국 카메라도 빼앗겼다. 카메라는 땅에 내동댕이쳐져 박살이 났다. 간신히 회사 앞까지 와 경찰을 보는 순간 실신했다.
29일 아침 기자는 병상에서 현장 기자가 아니라 평범한 시청자의 눈으로 TV를 봤다. 경찰은 전날 밤 적극적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고, 시위대는 평소보다 3시간가량 일찍 자진해산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기자는 전날 밤에는 폭력사태가 없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침 병문안을 온 친지의 말은 달랐다. 세종로 사거리에는 심하게 부서진 경찰버스들이 즐비하다는 것이었다.
시위 현장에 직접 서 있는 사람은 시위대와 경찰, 그리고 기자뿐이다. 국민의 대다수는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와 이미지를 통해 현장을 간접 경험한다. 그래서 모든 기자는 현장에서 자유로운 취재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폭력으로 내쫓기 시작하면 사건 현장은 한쪽 면만 전달될 수밖에 없다.
기자는 북한과 중국도 여러 번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통제가 심한 두 나라에서도 카메라를 통째로 압수당하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 기자가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당하고 보니 몸보다 마음이 훨씬 더 아프다. 그러나 나는 벌써 현장을 그리워한다.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변영욱 사진부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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