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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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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 고위 당국자는 4일 “고효율에너지 자동차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연료소비효율 1등급 차량에 대한 혜택을 경차 수준으로 늘리려 했지만 타 부처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며 정책 추진이 어렵게 됐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에서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하면서 연료소비효율 1등급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요금을 50% 깎아주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번 대책은 에너지 문제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주도해 만들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4월 26일 국토해양부는 “협의된 게 전혀 없다”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동일한 모델의 자동차라도 배기량과 연료소비효율이 너무 다양해 시행이 만만치 않다는 반대론이 적지 않았다.
지경부는 이에 앞서 에너지절약대책에 포함된 ‘모든 건물에 대한 냉난방온도제한 의무화’에서도 “가정은 예외”라며 한발 물러섰다. “냉난방온도 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어기는 모든 건물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발상이 과연 실현 가능하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후퇴한 것이다.
물론 정책이 실행되기까지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다. 부처마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토론의 과정에서 일부 정책을 변경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하지만 에너지절약대책을 둘러싼 일련의 해프닝을 보면서 혹시 지경부가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뭔가 서둘러 한 건을 터뜨려야 한다’는 조급증이 설익은 대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새 정부 출범과 정부조직 개편 후 실물 경제의 주무부처인 지경부의 위상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기업규제 완화, 외국인투자유치, 신성장동력 발굴, 에너지확보 등 지경부가 챙겨야 할 사안도 많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을 가장 많이 가진 부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챙겨야 할 일이 많을수록 정책 추진에서의 정교함과 현실성 분석은 더 필요하다. 지경부가 이럴 때일수록 분위기에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될 정책과 안 될 정책’을 제대로 선별하는 냉철함을 가졌으면 한다.
김창원 산업부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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