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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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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이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하고 이어 서해상 미사일 발사, 외무성 담화 등을 쏟아내며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현실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과연 1등급(top-tier) 국가의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가늠할 잣대로 이번 상황에 대한 대처 자세를 각국이 눈여겨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도 “인권문제나 핵확산 위협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했던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006년 7월 북한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대포동 2호)을 포함해 7발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그 직후인 8월 한국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일을 생생히 기억했다.
한국 정부는 당시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이런 자세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유화책’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국무부 부대변인을 지낸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한국이 겉으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한다’며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해놓고 뒤로는 북한 정권과 거래를 추진했다며 “이기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특유의 블랙메일(협박·공갈) 전략을 구사하며 한반도 안정을 볼모로 한국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 과거 10년간 이른바 ‘좌파 정권’이 매번 “(북한에 강경 대응하라고 하는데)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북한의 위협에 굴복했던 전철을 현 정부가 되풀이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이 과연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준수하며 성숙한 세계국가로서 행동하는지를 국제사회가 냉철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에 정정당당히 대처할 때만 세계 15대 파워 진입을 꿈꾸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모든 나라가 수긍하고 인정할 것이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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