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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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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가 진행 중이던 이달 중순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번에 처리될 가능성은 아주아주 희박합니다.”
정부와 재계는 비준을 애타게 바랐지만 국회는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업인들은 침체된 한국 경제가 그나마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 심한 위기감에 빠져들고 있다.
이달 11일 비준안이 정부 제출 5개월여 만에 상임위원회에 상정될 때까지만 해도 한 가닥 기대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국회는 한 차례의 공청회를 끝으로 더는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공감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국회의원들은 FTA보다는 18대 총선에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2월 비준 실패는 전적으로 의원들의 책임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에도 “FTA에 찬성은 하지만 2월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 나서지 않으면 국익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의원들은 손놓고 방관했다. 아무리 선거가 발등의 불이라지만 이래 가지고는 ‘국민의 일꾼’이라 할 수 없다.
물론 17대 국회가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3월에 다시 본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겠지만 2월에도 총선에 넋이 나간 의원들이 3월에 다시 국회에 모인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아직 기회가 남았다면 4월 총선이 끝난 뒤 6월 18대 국회 구성 전에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방법뿐이다. 그때가 되면 선거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17대 국회가 국민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6월 이후에 열릴 18대 국회에서 비준할 경우 미국 의회는 이미 대선에 정신이 팔린 뒤다. 국민은 총선이 끝난 뒤에도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17대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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