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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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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지나치게 양보했습니다. 북한은 남한에 별로 고마워하지 않을 겁니다. 협상학의 관점에서 이런 태도는 북한의 기대치만 높여 앞으로의 협상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인 허브 코언(70) 파워 니고시에이션 인스티튜트 대표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능률협회(KMA) 주최로 열린 ‘세상의 8할은 협상이다’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측과의 협상에서 너무 끌려가는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으로 400만여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협상의 법칙’의 저자인 코언 대표는 1970, 80년대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협상 자문관을 지냈다. 그는 이때 기업 인수합병(M&A)에서부터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사태 등 각종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코언 대표는 “2000년 중동평화 협상이 결렬됐던 것은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처음부터 너무 양보한 때문”이라며 “상대에게 기대치를 높여 주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충고했다.
그는 북한이 옛 소련식 협상법을 답습하고 있다고도 했다.
“옛 소련식 협상법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이뤄지지 않을 약속을 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남한을 답방(答訪)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명도 없습니다.”
그는 상대에게 충격을 주고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우리에게 권한이 없다’고 버티는 것도 옛 소련식 협상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니키타 흐루쇼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는 협상 때 테이블을 꽝꽝 치고 구두를 벗어던지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구두를 벗어던진 줄 알고 있었던 그가 일어설 때 보니까 구두를 신고 있었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연출된 행동이었지요.”
코언 대표는 “북한처럼 옛 소련식 협상법을 쓰는 상대방과 협상할 때에는 이들의 전술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1차 남북 총리회담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남한은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감각을 갖고, 북한이 과거의 약속을 지켰는지와 앞으로 약속을 이행하는가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편 코언 대표는 “인생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라면서 탁월한 협상가로 어린이를 꼽으며 일상에서의 협상 비결을 소개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원할 때 이미 그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당연히 부모들이 ‘안 된다’고 얘기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떼쓰다가 안 되면 아빠에게 달려듭니다. 그래도 안 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찾아 부모를 ‘공동의 적’으로 만들고 연합전선을 형성하죠.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냅니다.”
그는 협상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상대방의 안 된다는 답을 받아들이지 말고 끈기 있게 달라붙으며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대를 찾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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