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전한 盧-姜회담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9분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가진 회담은 정치의 소비자인 국민으로선 먹을 것이 없는 ‘빈 밥상’이다. 내달 6일까지의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이 우선 처리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지만 구체성도 현실성도 떨어진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2980여 건에 이르지만 여권은 국민 눈속임용 새판 짜기로, 제1야당은 대선주자 간 과열경쟁으로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더욱이 대통령은 문제의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대해 “여당이 (분열된) 특별한 상황이다. (나는) 영향력이 없다”며 발을 뺐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을 숱하게 청와대로 불러 개헌 추진에 협조하라고 설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도 대통령은 강 대표를 만난 직후 헌법학회 회장단과 오찬을 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열성의 10분의 1만 보여도 위헌 논란이 있는 사학악법의 재개정 문제가 이렇게 표류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또 “국정의 중심에 서 달라”는 강 대표의 요청을 “일종의 모욕”이라고 되받았다. 4년간 소득보다 세금이 두 배나 늘어 국민의 주머니는 비어 가고, 기업들은 ‘귀걸이 코걸이’ 식 규제 등에 시달려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나갈 방도를 찾고 있다. 정부가 사사건건 세계경제의 흐름과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한 결과다. 그런데도 천연덕스럽게 “민생 잘 챙기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는 대통령을 보며 많은 국민은 ‘됐습니다, 됐고요. 1년이나 빨리 갔으면 합니다’라고 냉소한다.

대통령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 달라”는 강 대표에게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응수했다. 3년 전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탄핵사태’를 낳아 재미를 본 기억 때문인가. 여전히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가 아닌 적(敵)으로 보는 태도다.

정치 게임에서 손 떼고 국정을 잘 마무리해 달라는 것은 야당의 정치 공세가 아니라 국민적 기대이자 여권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를 ‘모욕’이라고 받아치니, 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잠시 ‘민생’을 거론한들 배부를 국민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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