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원상]유명 가수들의 ‘립싱크 잔치’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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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에 열린 ‘2006 엠넷-케이엠 뮤직 페스티벌(MKMF)’은 대중음악계의 한 해를 정리하는 가수들의 잔치로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출연 가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입만 벙긋대는 립싱크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이날 무대에 선 20여 개 팀 가운데 현장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는 백지영과 sg워너비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패기 넘치는 신인 그룹부터 아시아가 활동 무대라는 한류 스타와 관록의 30대 가수까지 많은 가수가 립싱크로 일관했다. 그러자 행사가 끝난 뒤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국 가수들의 부족한 프로 의식과 낮은 공연 수준을 드러낸 자리였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누리꾼들은 입만 벙긋거리며 춤추는 가수들의 모습을 빗대어 시상식을 ‘붕어쇼’라고 부르기도 했다.

“댄스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해 립싱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립싱크 가수들의 변명이지만 이날 ‘아시아 팝 아티스트’ 수상자 자격으로 참석한 일본의 3인조 아이돌 그룹 ‘윈즈’는 목청이 터져라 노래 두 곡을 연달아 부르며 화려한 춤 실력까지 뽐냈다. 누리꾼들은 “실수를 하더라도 라이브를 해라”(ID ‘떼구루루’) “립싱크 대잔치, 일본 가수 윈즈를 배워라”(tyou2001)라면서 한국 가수들을 성토했다.

한국 가요계는 오래전부터 일본 가요계를 따라하고 수용해 왔으나 정작 배워야 할 그들의 프로 의식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무로 나미에, 고다 구미, 스마프 등은 댄스 가수임에도 립싱크를 부끄럽게 여겨 목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라이브 무대를 고집한다.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 등 특정 소속사 출신 가수들이 많은 상을 탄 것도 석연치 않다고 꼬집은 시청자들도 있었다. 동방신기의 경우 9월 말 컴백해 겨우 두 달 남짓 활동했을 뿐인데 최고 아티스트상과 그룹 부문 최고 아티스트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자들은 이날 열창을 통해 공정성 논란을 잠재웠어야 했다. 입맛 벙긋대고도 ‘아티스트상’을 받은 가수들은 진정한 ‘아티스트’의 의미를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노래 부르기를 포기한 채 춤만 추는 가수들에게는 노래 ‘가(歌)’자를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남원상 문화부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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