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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7일 0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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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은 제 50회 '신문의 날' 입니다. 가장 친근한 정보도우미 신문. 뉴스와 분석을 담아 독자와 세상을 이어주는 신문. 하루치 한국의 유료 일간지에는 보통 200가지가 넘는 뉴스요소가 실립니다. ‘신문사의 심장’ 편집국은 늘 기자들이 북적거립니다. 동아일보 300여 명의 기자는 광화문 회사와 출입처에서 신문제작에 쓰일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습니다. 44페이지를 발행한 4월 6일자 동아일보에는 130개의 문자기사(뉴스 해설 칼럼 사설 포함), 42장의 사진뉴스, 27건의 인포그래픽 (단순 도표 포함), 전면 광고 11개 페이지로 이뤄졌습니다. 간간이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증면을 하므로 위의 뉴스 볼륨은 더 커집니다. 오늘은 신문의 날을 맞이하여 신문이 우리들에게 주는 미덕을 3가지로 압축해 살펴보겠습니다.
1. 신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窓
인터넷은 신속하고 다양합니다. 누리꾼들까지 뉴스 콘텐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성이 강점입니다. 콘텐츠 용량의 제한이 없습니다. 관련정보의 검색도 무제한입니다. 뉴스와 정보를 시시각각 업데이트할 수 있고 하이퍼텍스트 기능으로 병렬시킬 수 있습니다. TV는 현장성과 감각성이 자랑입니다. 큰 일이 터지거나 대형 이슈가 발생하면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는 이유는 바로 생생한 전달력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신문은 심층적이고 진지합니다. 뉴스를 화면과 음성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인쇄된 문자와 이미지 정보로 전하므로 설득력 있는 맥락과 논리적 편집이 중요합니다. 신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 학술 국제 교육 등 세상의 전방위 장르를 알기 쉽게 분류하면서 편집에 착수합니다. 요즘 같은 다매체 정보화시대엔 뉴스의 양보다는 뉴스의 질을 중시합니다. 뉴스기획력과 문제의식을 우선시합니다. 심층 기획, 집중 취재, 입체 편집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독자브리핑 기능을 수행합니다. 휴대가 간편하고 열람성이 탁월한 신문은 언제 어디서나 뉴스 소비자와의 접촉성이 좋습니다.
신문은 현대 생활의 전통적 정보창구이자 허브 미디어입니다. 인터넷을 흘러 다니는 양질의 뉴스 대부분은 바로 신문 뉴스 출신들입니다. 아직 인터넷은 뉴스 생산자라기보다는 광범위한 유통망으로서 기능합니다. 신문은 비주얼 동영상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논평가 입니다. 차분한 분석과 엄정한 문제의식을 발휘합니다. 사회환경 감시자이자 저널리즘 수호자입니다.
저널리즘이란 뉴스를 취재-편집해서 신문 방송 등 매체를 통해 보도-논평-평가하는 언론행위를 일컫습니다. 저널리즘이라는 말은 본래 “매일 매일 기록한다”는 뜻의 라틴어 jiurna에서 유래했습니다. 이것이 변하여 영어로는 저널(journal)이 됐으며, 정기간행물을 뜻하는 -ism이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저널리즘이 됐습니다. 좁게는 미디어를 통해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활동이며 넓게는 모든 대중 전달 활동을 말합니다. 신문 기자야말로 저널리스트의 대명사가 됩니다.
세상의 축쇄판으로서의 신문. 지면 곳곳을 보면 사회의 주요 흐름과 쟁점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 메이저 신문들이 행하는 의제설정(agenda setting)은 우리 사회를 선진국으로 이끄는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신문을 찬찬하게 읽는다는 것은 흐릿한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게 자신의 창문을 깨끗하게 닦는 행위입니다. 세상을 보는 맑은 窓을 갖지 않으면 세상과의 소통은 그만큼 멀어지고 스스로 소외되고 맙니다.

2. 신문은 읽기의 즐거움을 선물 합니다
읽지 않으면 무지해집니다. 무지하면 힘을 얻지 못합니다. 힘이 없으면 타인의 통제를 받게 되며 자기 표현의 기회는 줄어듭니다. 읽기야말로 적극적 정보취득의 기본이 됩니다. 보는 것은 수동적입니다.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TV화면이나 인터넷 영상은 감각적인 인지속도는 빠르게 다가오지만 정보적 가치는 미약합니다. 동영상은 결국 기억 속에 단 1장의 이미지로 남는데 이 이미지 정보를 풍요하게 살찌우는 것이 문자정보입니다. 문자 텍스트와 이미지 정보가 맞물릴 때 인간의 표현력과 상상력은 최고조를 이룹니다.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은 읽기를 그 바탕으로 삼을 때 인간의 이성으로 빛나게 됩니다. 읽기는 사변과 분석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입니다. 읽기의 즐거움을 가장 간편하게 향유할 수 있고 서비스 받을 수 있는 미디어가 바로 신문입니다.
수 백 명의 기자들이 취재하고 엄선한 심층 분석이 비주얼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한눈에 사안의 중요성을 파악가능하게 해주는 레이아웃은 헤드라인과 함께 읽는 기쁨을 배가시킵니다. 가슴 뭉클한 영화평을 읽고 나서 해당 영화 관람을 결심하는 것, 권력 비리의 전모를 한 눈에 이해시켜주는 해설박스를 읽고 쟁점을 짚어보는 것, TV화면으로 다 잡지 못한 하인즈 워드의 심리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절절하게 기사로 표현해주는 것...
기사 읽기는 세상 읽기입니다. 읽지 않으면 제대로 말하거나 쓸 수 없습니다. 팩트(fact)를 토대로 지적 제조과정을 거친 신문 읽기를 한다는 것은 세상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 반드시 밟아야할 첫 계단입니다. 읽지 않으면 지배 받습니다.
3. 신문은 글쓰기의 출발점입니다
한국에 논술의 시대가 왔습니다. 지식 암기의 시대가 갔습니다. 막강한 인터넷 검색 기능 덕분에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별 효용이 없습니다. 자신의 논지를 설득력 있게 펼치기 위해 논거를 잘 엮고 묶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논술능력은 외부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최대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텍스트 읽기를 통해 길러진 상상력, 응용력, 창의력은 바로 논술 과정의 핵심입니다. 논술능력은 어느덧 사회생활의 기본 도구이자 개인별 능력차이를 견주는 최고의 변별력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논술의 기본은 글입니다. 상상력도 문자 텍스트로 서술이 되었을 때 얼개가 짜여지고 생명력을 얻습니다.
숱한 이미지들이 명멸하는 시대. 이미지가 호흡이 긴 생명력을 가지려면 바로 문자적 구성력과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대히트작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을 보면 첨단 디지털 기술에 의한 특수효과가 놀라운 스펙타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원작자 조엔 롤링과 J R 톨킨의 서사적 상상력과 문자 텍스트가 없었다면 영화의 웅장한 감동과 변화무쌍함은 없었을 것입니다. 영상이미지는 문자문화를 통해서 풍요로워집니다.
젊은 세대의 문자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신문을 보지 않는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신문읽기를 멀리하는 젊은이는 멀리보지 못합니다. 영상만 소비하면서 사변능력이 없는 청년들은 논술능력을 갖춘 동년배에 지적으로 당해낼수 없습니다. 리더와 따르는 군중은 이렇게 갈려집니다.
신문을 통해 시대담론은 발전하게 됩니다. 신문의 뉴스밸류 판단 능력과 분석력이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의 토대를 이룹니다. 논술능력의 총체적 모델이 신문입니다. 글쓰기의 전범인 신문을 가까이 함과 멀리함의 차이는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큰 차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김용길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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