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김순덕]아동 성범죄, 딸 둔 부모 심정으로 대처해야

  • 입력 2006년 2월 24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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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자식 키우는 엄마들은 요즘 마음이 무겁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예뻤던 열한살짜리 여자애가 한 동네 사는 짐승 같은 어른한테 변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신발가게를 하는 그 사람이 전과 9범이고, 아동 성 추행범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 사람은 다섯 살짜리한테 못 된 짓을 저지르고도 금방 풀려나서, 다섯 달 만에 더 끔찍한 일을 자행했습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회는 성폭력 관련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습니다. 벌써 1년 이상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법안들입니다. 한나라당은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성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해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엄마들의 분노가 들끓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의 인권만 소중하고, 언제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잠재적 피해자들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아동 성 범죄, 딸 둔 부모 심정으로 대처해야

현재 성범죄자는 재범이상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극히 일부만 이름과 주소 등을 몇몇 관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름과 주소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알기 힘든 상태입니다. 이번 신발가게 범인의 경우엔 아예 신상이 공개되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초범도 사진까지 주민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습범에 대해서는 사는 곳을 제한하고 집 앞에 문패를 다는 방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1994년 ‘메건법’을 도입한 미국의 뉴저지주에서는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석방돼 나올 때부터 경찰이 사진과 주소를 이웃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성범죄자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일종의 병적인 상태여서 ‘치유’가 힘들고, 재범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마련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엄격히 집행하는 일입니다. 현재도 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하는 형편입니다. ‘성폭행’이 아니고 ‘성추행’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또 경찰이나 법원에서도 초범이다, 반성하고 있다, 공탁금을 냈다 등의 이류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일이 많습니다. 만일 자신의 딸이 같은 일을 당했어도 이렇게 가볍게 넘겨버릴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모두가 부모 된 심정으로, 추상같이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린이 대상 성범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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