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를 그렇게 보낼순 없습니다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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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에서 혼자 지내다 사냥개에게 물려 숨진 권모 군이 다니던 경기 의왕시 D초교 3학년 교실의 권 군 자리에 14일 꽃이 놓인 가운데 같은 반 친구들이 권 군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외가에서 혼자 지내다 사냥개에게 물려 숨진 권모 군이 다니던 경기 의왕시 D초교 3학년 교실의 권 군 자리에 14일 꽃이 놓인 가운데 같은 반 친구들이 권 군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아이의 기사를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려 밥을 겨우 먹었습니다. 정말로 슬픕니다. 지금 이 e메일을 쓰는 순간에도 눈물이 흐릅니다. 이 아이를 돕고 싶습니다. 죽은 아이가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지내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11일 집에서 키우던 사냥개에 물려 숨진 권모(9·경기 의왕시 D초교 3학년) 군의 시신이 경기 안양시 메트로병원에 안치된 지 이틀이 지나도록 빈소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본보의 단독 보도가 나간 뒤 이런 내용의 독자 e메일과 전화가 폭주했다.

▶본보 14일자 A10면 참조

한 독자는 “기사를 읽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누리꾼들이 힘을 모아 찾아가도록 아이가 있는 병원의 약도와 연락처를 보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14년간 미아 찾기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시민단체 대표는 “직접 권 군의 장례를 치러 주고 싶다”며 권 군 가족과의 연락을 원했다.

수의업체를 운영한다는 한 독자는 ‘황금수의’를, 배모 씨는 “장례 비용을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은행 계좌번호와 권 군의 주소를 알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울 방법은 마땅치 않다. 권 군의 실질적인 보호자인 외조부모와 연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 과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권 군 가족이 여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 따뜻한 마음은 숨진 권 군에게 전달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권 군의 외삼촌인 김모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라리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가족끼리 소박하게나마 장례를 치렀을 텐데…”라며 “언론사나 다른 기관에서 성금을 모아 조카보다 더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돕는 데 쓰거나 장학금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군의 외조부모와 어머니는 당초 시신을 화장하겠다던 생각을 바꿔 충남 당진군에 있는 권 군 외가의 선산에 묻겠다며 이날 오후 8시 반경 시신을 인수해 갔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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