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2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병렬 대표는 “모든 것을 밝히고 수사에도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SK비자금 수수의 당사자이자 LG ‘차떼기’ 모금에도 관여한 최돈웅 의원은 검찰 출두를 미루고 있다. 당 재정국 실무자 3명은 잠적해 버렸다. 정확한 자금 규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최 대표는 “500억원쯤 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아직도 ‘쯤’이라고 해서야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 SK비자금 사건이 터진 지 벌써 50여일이 지났다. 의지만 있었다면 총액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 아닌가.
당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는 더 개탄스럽다. “1000억원이 넘는 안풍(安風), 세풍(稅風)도 이겨냈는데 단합하면 이쯤은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는데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가. 과거처럼 ‘야당 탄압’을 외치면서 장외투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정치보복으로 몰고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특검이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분노한 민심을 너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와중에 또 무슨 개헌 타령인가. 2007년까지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 구조를 바꾸겠다는데 지금이 개헌을 들먹일 때인가. 공천 물갈이를 놓고 벌어지는 암투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 대표의 대폭 물갈이 구상을 서청원 전 대표가 당의 사당화(私黨化)라고 비난했다는데 서 전 대표는 대선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다. 공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당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옳다.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할 각오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그러자면 분노한 민심부터 직시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