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바란다]수지김…선거와 돈…적극적 보도 돋보여

  • 입력 2002년 1월 3일 18시 30분


동아일보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회’ 9차 회의가 지난해 12월28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독자위원 6명이 참석했다. 본사에서는 김학준 사장과 문명호 오피니언팀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12월 한달 동안의 본보 지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한편 동아일보 영남권 및 호남권 독자위원회 4차 회의는 독자위원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e메일 회의로 대체했다. 영호남 독자위원들은 11월과 12월의 지면을 자세히 분석하고 지방 독자의 기대와 격려의 글도 함께 보내왔다.

정리〓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김학준 사장〓지난 1년 동안 동아일보를 꼼꼼히 봐주시고 좋은 의견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린다. 독자위원들의 좋은 지적과 여론전달을 제대로 지면에 반영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조형오〓12월20일자 A1면 ‘수지 김 사건 전모 발표’는 국가권력이 어떻게 용공사건을 조작해내는지 그 실체를 보여주었다. 과거정권에서 조작사건은 이것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현재의 은폐로비 의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여러 조작사건들에 대한 심층취재가 이뤄지길 기대했는데 아쉽다.

▽한정신〓수지 김 사건, 최종길 교수 의문사의 진상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여과 및 검증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해왔던 언론도 자성해야 한다. 한편으로 누군가 구속되면 일방적으로 매질하고 몰고 가는 보도태도는 여전하다.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남겨놓는 여운이 필요하다. ▽조형오〓지자제 선거 관련기사가 너무 인물 중심이다. 특정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흥미위주 보도는 선거과열을 낳는다. 언론이 깨끗한 선거 캠페인으로 사전 정지작업을 한다면 보다 차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김한아〓‘선거와 돈’시리즈는 표면화하기 어려운 이슈들을 다뤄 더욱 눈에 띄었다. 연세대국제학연구소, 미국 아시아재단 등 학술단체가 함께 작업해 신뢰감도 더했다. 실제 선거비용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미일간 보다 심층적인 비교분석을 기대했는데 깊이는 부족했던 것같다. 또 뒤로 갈수록 ‘정치 브로커’ 문제 등은 현안과 섞여 아쉬움이 있었다.

▽김용훈〓12월3일자부터 시작한 ‘과학기술인력이 없다’ 기획은 굉장히 참신했다. 대입수능의 자연계 지원자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까지 분석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박영신〓‘과학기술 인력이 없다’ 기획은 시의적절했다. 학교현장에서도 자연계 지원자들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문제는 대안이다. 애국심에 호소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우와 보상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준혁〓12월11일자 A13면 ‘경기체감 10대 지표, 1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나’는 몸에 와 닿는 경제기사였다. 기관마다 각기 다른 경기전망을 내놓고 공방을 벌이는 기사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반면 이 기사는 체감지표로 경기동향을 분석해 이해가 쉬웠다.

12월14일자 미국의 ABM탈퇴 기사에는 러시아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반응을 다뤘다. 그러나 국제면 기사가 제3자의 시각에서 너무 무덤덤하게 처리됐다는 생각이다. 국제면 기사는 3인칭 관찰자 시각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1인칭 시각으로 써주었으면 한다.

▽박영신〓소시민을 대변하는 역할이 부족한 것 같다. 12월3일자 A31면 농민시위 사진은 막대기 들고 싸움하는 모습만 강조해 농민을 폭도로 보이게끔 했다. 또 12월5일자 A3면 ‘선거의식 농민 표심 달래기’는 수매가를 둘러싼 갈등만 소개했을 뿐 정부의 농업정책 실정이나 농민의 절박성 등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최준혁〓대중문화면의 다양한 접근방식이 눈에 띄었다. 12월17일자 ‘드라마 속의 아버지들의 슬픈 자화상’, 18일자 ‘사극 직책 얼마나 아세요’, ‘어글리 안방극장’ 등은 매스미디어에 비친 우리의 사회상을 볼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선정, 엽기, 가학, 저질 TV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은 더욱 강화됐으면 한다.▽김용훈〓디지털 위성방송으로 다매체 다채널시대가 본격화되면 TV프로그램 안내가 더욱 중요해진다. 지상파 TV중심의 가이드말고 영화, 음악을 장르별로 소개하는 등 다양한 형식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12월 4일자 A8면 ‘인터넷보다 위대한 발명품 세그웨이’를 소개했는데 사이언스면에서 세그웨이의 원리와 향후 반향에 대해 좀더 자세히 다뤄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한정신〓12월22일자 ‘책의 향기’에서 ‘올해의 책 10선’을 뽑았는데, 전문 출판인도 함께 선정해 공정성이 높았다. 어렵게 책을 선정하면서 뒷이야기를 쓴 기자칼럼은 매우 흥미로웠다.

▽박영신〓12월4일자 24면의 ‘대입전략 이렇게’는 조언자가 모두 사설학원 관계자들이어서 다양성이 필요했다. 12월14일자 ‘용산 미군아파트 추진’ 관련 기사는 용산기지가 전체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담겨있으면 했다. 12월12일자 ‘겨울방학 학습특집’과 26일자 ‘피부특집’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선물을 받은 것처럼 유용했다.

▽김한아〓주5일근무, 건강보험재정, 법인세 인하 등 쟁점법안의 경우는 본질적 내용보다 주변의 정치적인 논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과를 앞둔 법안은 그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검증에 더 주력했으면 한다. 12월5일자 ‘독신여성의 당당한 삶’은 독신여성들의 당당한 삶의 트렌드를 부각시키고자 한 기사인데, 내용은 소비생활 사교생활 등에만 치우쳤다.

▼“지방 특종에도 관심을”▼

▽이은화〓11월22일자 A22면의 사진은 ‘주황색 니트와 빨간색 모자는 발랄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이 씌어 있지만 사진이 흑백이라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12월13일자 ‘여대생 절반 혼전 성관계 무관’이라는 기사는 여대생들의 성의식 변화만 다뤄 본의 아니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고 있다. 남자 대학생들에 대한 조사자료도 있었으면 신세대의 성의식을 좀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김대규〓12월10일자부터 연재된 ‘선거와 돈’ 시리즈는 2002년 각종 선거를 앞둔 싯점에서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연재물이었다. 또한 진승현게이트, 윤태식게이트 등 각종 의혹사건의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동아일보의 노력이 돋보였다. 11월29자 A29면 교원정년 연장안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학부모단체에서는 교사 중 55.2%가 연장을 반대했다고 하고, 교총은 교사 중 66%가 연장을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같은 방향에서 비율을 표시했어야 독자가 혼돈없이 쉽게 비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정숙〓12월28일자 A31면에 1급 시각장애인이 외국에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아 서울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게 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시각 장애인으로서 교육을 훌륭하게 마칠 수 있게 한 외국의 교육제도가 무척 부러웠다. 매우 열악한 우리나라 장애인 공교육 현실에 대해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은화〓대학순례 시리즈 ‘세계로 미래로’는 각 대학이 투자하고 있는 특색있는 전공학과를 소개하는 것이 더 유익하리라고 본다. 11월25일자 ‘고졸 실업자, 대졸의 2배’ 기사는 실업대책마저도 대졸자 위주로 세워져 우리 사회가 얼마나 대학졸업자를 선호하는 풍토인가를 알 수 있었다.

▽김기철〓11월14일 본격적인 뉴라운드 협상이 시작됐는데 이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가 미흡했다. 뉴라운드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한국농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기사를 촉구한다.

▽석종근〓9월20일자 ‘거창 한센병촌 어쩌나’, 11월27일자 ‘빚더미 나환자촌 도와주세요’로 동아일보가 특종 보도한 경남 거창읍 나환자촌 동산마을 부도사건에 대한 기사는 문제의 발단, 전개, 대안(청원)까지 추적보도해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의미있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각 지방신문과 방송보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2건의 특종보도가 모두 전국판이 아닌 지방판에만 게재돼 사실상 지원의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수능제도 지속적 분석을”▼

▽강채구〓12월2일자 A1면 ‘일 황태자 부인 마사코 딸 출산’ 기사가 1면에 실렸고 관련기사가 잇따랐다. 일제에 항거했던 민족지 동아일보가 작금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기사를 1면에 굳이 내보내야 했을까. 국제면이나 사회면 정도에 취급해도 됐을 것이다.

▽전정희〓12월3일자부터 연재된 ‘과학기술 인력이 없다’는 시리즈는 국가의 흥망과 직결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지속적인 보도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 대안으로는 과학기술계 우수 두뇌 유치를 위해 학비면제, 무료 기숙제도, 졸업 후 취업보장 등 현재 육군사관학교나 경찰대학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선거와 돈’ 시리즈에서 고비용 선거의 문제는 제도적 장치에 의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의 의식개혁없이는 불가능하다. 유권자들의 의식개혁 문제도 지속적으로 강조해주었으면 한다.

▽김종남〓11월29일자 여론마당에 실린 김농주씨의 ‘대학전공선택 점수보다 적성’은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진학 후 방황하거나 다시 입시를 치르는 실패담을 들려주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 및 사회풍토에서는 일단 대학에만 붙고 보자는 생각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원이 큰 피해를 낳고 있다. 학생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로교육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가 더 많이 실려 일반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 12월28일자 ‘2005학년 수능 개편내용’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기대와 우려를 하고 있다. 새 수능제도에 대해 더욱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해주었으면 한다.

▽전정희〓일본 다나카 외상에 관한 기사는 11월3일자 ‘내 반지 찾아내라’, 11월5일 ‘다나카 외상 출국하지 마세요’, 11월29일 ‘다나카 외상 용인술 배우세요’ 등과 같이 대부분 가십성 성격을 띠고 있다. 비록 외국의 외상이지만 이런 보도로 자칫 여성 정치가에 대한 편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 수도권

김한아(26·여) 연세대 대학원생 경제학

최준혁(28) LG 홍보팀 사원

박영신(28·여) 인천고사회과교사

김용훈(31) ㈜미디어2.0 상무

조형오(39)동국대 광고학과 교수

한정신(59·여) 주부·소설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영남권

이은화(25·여) 대구 곽병원 약사

서정숙(37·여)울산 우정초등학교 교사

석종근(40) 경남 거창군 선관위 지도계장

김대규(44) 경북구미농협공 판장장

김기철(50) 경북 포항시 미래 춘추사 사장

▨호남권

김종남(29) 순천대 대학원생 영문학

전정희(41·여)전북여성정치발 전센터 소장

강채구(51) 의류판매업, 전남 목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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