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조순만 할머니 장학금 1000만원 기탁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5분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 처지인 90대 할머니가 푼푼이 모은 ‘작지만 큰돈’ 1000만원을 초등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충남 홍성군 금마면 덕정리 조순만(趙順萬·92) 할머니. 그는 3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인근 금마초등학교(교장 이영년·李永年)를 찾아 1000만원을 전달했다.

조 할머니는 젊었을 때 행상 등으로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오다 늙어서는 벌이가 없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조 할머니가 내놓은 장학금은 정부에서 매월 받는 생계비 10만6000원과 경로연금 5만원 등 모두 15만6000원 가운데 일부를 십수년간 저축해온 돈.

그가 먹고 입는 데 아껴 돈을 모아온 데에는 ‘이산(離散)’의 아픔이 배어 있다.

조 할머니의 고향은 평안남도 신천군. 6·25전쟁 당시 남쪽으로 홀로 피란 온 뒤 혼자 살아 왔지만 언젠가 혈육을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이산가족상봉 신청을 했다. 하지만 언니들은 모두 죽었을 것으로 보고 조카들을 찾겠다고 나섰기에 후순위로 밀려버렸다. 혈육을 위해 돈을 쓰겠다던 기대도 접어야 했다.

“혼자 산다고 반찬을 갖다주는 등 도와준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들을 일일이 찾아 보답하자니 돈 액수가 너무 적고….”

금마초등학교는 조 할머니가 내놓은 돈의 이자 수입으로 매년 모범 학생들에게 ‘조순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홍성〓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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