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仁山문예창작펠로/조경란]"인연-靈 쓰겠어요"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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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 선정 소식을 듣는 순간, ‘청력장애로 힘겨운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고 오수인씨와 내가 남다른 인연으로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묘한 생각이 들었어요.”

동아 인산 문예창작 펠로 첫해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조경란(31)은 창작 구상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인연과 영(靈)의 세계’를 다루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만물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나의 시선으로 해석하는데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스물 세 해를 뛰어넘는 인산 부녀와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직 제목을 붙이지 못한 그의 새 중편은 타인의 집에 우연히 들어가 살게 된 한 여인의 이야기. 여인은 주인이 떠난 집의 식물과 접시, 사진, 수저 같은 사물들이 자신을 거부하기 시작한다고 느끼게 된다. 주인공은 사물이 가진 ‘생명’에 눈을 뜨게 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얽힘, 나아가 전생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죽었다는 사람도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닐 거예요. 우리와 영원히 함께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내가 작가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닐 거에요. 감추어져 있는 연약한 존재에 대해 대변해달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여기가지 끌고 온 것은 아닐까요.”

그는 고교 졸업후 8년만인 1996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면서 같은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에 ‘불란서 안경원’으로 당선된 ‘늦깎이 신인’. 같은 제목의 첫 소설집과 올해 5월 출간된 두 번째 소설집 ‘나의 자줏빛 소파’등 그의 작품은 ‘인간들 사이 의사소통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단의 찬사와 독자들의 주목을 함께 받았다.

봉천동 산동네 2층집의 옥탑방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그는 일주일에 꼭 사흘을 ‘목욕재계’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얼마전에는 환경부 초청으로 강원도 고성의 산불재해지역을 다녀왔고, 오는 길에 대학시절부터의 문우(文友)인 천운영(작가·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의 고성 콘도미니엄에서 휴가 겸 기분전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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