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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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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청료 인상 주장은 KBS가 지난해 보여준 일부 공영성 노력을 평가한다 하더라도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현재와 같은 비대한 조직과 비공영성 프로그램을 놔둔 채 시청료를 올린다면 시청자들의 강력한 반발과 저항에 부닥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KBS의 조직은 공룡에 비견될 만큼 거대하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상당한 감축을 했다지만 민방인 SBS는 물론 MBC와 비교할 때 얼마만큼 효율성을 확보했는지 의문이다. 업무가 서로 중복되는 계열사가 있는가 하면 정부의 공기업구조조정 기준에 따라 아웃소싱해야 할 기구도 있다. 효율성은 뒷전인 채 난립해 있는 지방방송국의 통폐합만 해도 시청료 인상을 거론하기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프로그램도 그렇다. 2TV의 경우 25일부터 프로그램을 개편한다 하나 상업방송과 다를 바 없는 오락프로가 수두룩하다. 1TV 또한 몇몇 문제 프로는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저녁 황금시간대에 국가나 사회적 문제를 시청자들과 진지하게 함께 생각하는 프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고서 시청료부터 올리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KBS는 시청료 인상문제를 제기하며 외국 공영방송의 시청료가 우리의 2천5백원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영국 BBC의 2만1천원, 일본 NHK의 1만8천원선에 비하면 KBS시청료가 싼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왜 시청료만 따지고 프로그램의 내용은 비교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모범적인 외국 공영방송에 비교될 만큼 제대로 잘 해왔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시청료 인상을 거론하기에 앞서 위헌시비가 제기될 소지를 안고 있는 시청료 수금제도의 개선도 차제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등에 함께 얹어 강제로 ‘TV보유세’ 걷듯 하는 현행 통합징수방식은 문제가 있다. 차라리 실업자구제 차원에서 94년이전의 수금원에 의한 수금방식으로 환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송의 종합적인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된 시청료인상론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 시청자가 공감할 만큼 프로그램의 공영성을 높이고 고효율의 조직을 만든 후 시청료 인상을 거론해도 늦지 않다. 그것이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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