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든 법률 알기쉽게 바꾸라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2분


대법원이 어렵기로 유명한 민사소송법을 모두 쉬운 한글문장으로 바꾸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 한자어 투성이의 어려운 법률 조문(條文)은 건국초기 많은 법률을 한꺼번에 제정하면서 일본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베끼다시피한 데서 생겨났다. 심지어 최고규범인 헌법마저 일본어식 표현에다 맞춤법과 문법에 맞지않는 부분이 적지않은 실정이다. 한글식 쉬운 법률 만들기는 반세기만에 처음 이뤄지는 것이어서 매우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법률조항을 참고하기 위해 법전을 뒤적여 본 적이 있는 시민은 법률이 얼마나 어려운 문장으로 돼 있는지를 금세 실감한다. 생소한 법률용어에다 많은 한자, 게다가 문장도 일상생활이나 일반서적 신문 등에서 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법률을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게 만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입법 관계자들의 잘못된 의식의 결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법률은 지배를 받는 일반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는 일제(日帝) 시절의 지배논리가 은연중에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국가기관의 모든 기능과 역할이 대(對)국민 서비스차원에서 다시 검증(檢證)되는 시대에 와 있다. 국민은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받을 고유한 권리를 가진 나라의 주인이다. 사법개혁도 이런 원칙에 충실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법률도 국민의 접근을 쉽게 해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알기쉽게 고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쉬운 법률 만들기의 대상을 민사소송법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모든 법률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이 작업은 워낙 방대해 1,2년내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순차적으로 한글식 법률을 늘려가되 장기적인 계획아래 일관성있고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 작업은 사법부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법무부 법제처 등 관계부처와 한글학자 법학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로 분야별 연구팀을 구성,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국회도 법안 심의과정에서 쉬운 법률 만들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법부가 맞춤법과 문법에도 안맞는 법률을 수정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요컨대 법률은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법률이 법조인이나 경찰 세무서 그리고 관련부처 공무원만이 아는 것이 되어서는 법률의 생활화나 법문화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어려운 법률은 자칫 전문가집단의 이기적인 기득권 수호에 봉사하는 것이 될 위험성이 높다. 일반국민이 가령 세금문제에 의문이 있을 경우 각종 세법(稅法)을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 국민을 위한 국민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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